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자살이 만연하는 사회

최근 부와 재능을 겸비한 어떤 재벌가 여성의 죽음이 자살로 알려지면서 작은 파문이 일고 있다. 이 사건이 알려지기 바로 전날에도 청량리역에서만 두 사람이 지하철 선로에 투신했다. 수능시험일에도 수험생이 자신의 방 창문에서 뛰어내리는 끔찍한 사건이 있었다. 그들에게는 저마다 ‘자살을 택할 수밖에 없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신병을 비관해, 생계의 압박을 견디지 못해, 학업에 대한 강박증으로, 집단 따돌림이나 상습폭력으로, 노년에 자식들로부터 버림받아, 검찰수사의 압박으로. 자살할 만한 이유는 떠나간 이들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하고 절절할 것이다. 아까운 죽음, 허망한 죽음, 무모한 죽음, 억울한 죽음…. 과연 이런 죽음을 두고 ‘그만한 일로 죽다니….’라고 쉽게 말할 수 있겠는가. 지난 한해 한강에 투신해 자살한 사람의 숫자만 해도 684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중에는 잘 알려진 고위 정치인들도 있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었다. 그러나 경제적인 처지를 비관해 자살한 경우가 가장 많은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우리 사회 하루 평균 사망자 672명 중 36.4명이 자살이다. 39분마다 1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암ㆍ뇌혈관질환ㆍ심장질환에 이어 자살은 사망의 4대 요인으로 분류될 만큼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자살한 사람의 숫자가 이 정도라면 잠재적 자살자의 숫자는 또 얼마나 클 것인가. 자살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수없이 자살을 결심하며 힘겹게 살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않을 것이다.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잘살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꿈꿀 수 있는 사회라면 쉽사리 자신의 목숨을 내던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자살은 가족의 사랑이나 이웃의 관심에 맡기기에는 사태가 너무 심각하다. 그렇다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 그 책임의 일부는 아마도 살아 있는 우리 모두의 몫일지도 모르겠다. 더불어 예방과 치유를 위한 근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정치권도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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