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서경포커스] 제조벤처 전성시대 열린다

제조 벤처기업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인터넷 등 정보통신 부문에 대한 지나친 열기 속에서도 묵묵히 산업기반을 지켜오던 제조업 기반의 벤처기업들이 최근 벤처 캐피털사를 중심으로 한 벤처 투자자들로부터 집중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투자문의가 쇄도하는 등 벤처산업의 리더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것이다. 제조 벤처기업들 가운데 상당수는 세계적인 기술력을 구축,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어 일명 「아이디어성 벤처기업」과는 분명히 차별화돼 있기 때문이다. 벤처도 이제는 뚜렷한 수익구조 없이 아이디어만으로 승부하는 데에서 탈피, 확실한 기술을 기반으로 기업이 평가받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는 것이다. 광전송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장비인 편광스크램블러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도남시스템은 해외 유명 통신관련업체에 전량 수출하고 있는 기업. 기술력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임을 자랑하는 이 회사는 요즘 몰려드는 벤처 캐피털사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세계적으로 이런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없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상당수 창업투자회사들로부터 투자를 받아달라는 제의가 쇄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회사는 아직까지 투자제의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올들어 매출이 30~50%씩 늘고 있고 자금수급에도 문제가 없는데 굳이 투자를 받을 필요가 있겠냐는 것이다. 『투자유치보다는 기술개발에 주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이 회사 서원석(徐元錫) 사장의 기본입장이다. 열전도율이 높은 소재를 이용해 전자제품에서 발생하는 열을 외부로 방출하는 히트 파이프 생산업체인 에이팩.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간 지 불과 1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몇몇 창투사에서 투자제의가 들어왔다. 이 회사의 송규섭(宋圭燮) 사장은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그리 급한 것은 아니지만 받아들인다면 최소 액면가의 20배 이상은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조만간 초슬림 노트북용 히트 파이프 개발이 완료되면 매출이 급속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투자유치를 서둘 생각은 없다는 것이다. 기관과 일반투자자들의 제조 벤처기업에 대한 관심은 주식시장에서도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코스닥이나 거래소시장에서의 투자 초점과 비중이 이들 기업으로 급속히 바뀌고 있다. 지난 20일 열린 미래산업 기업설명회에는 200명에 가까운 기관투자가들이 몰리는 등 대성황을 이뤘다. 질의응답 시간에도 라이코스코리아나 소프트포럼보다는 이 회사의 주력인 반도체장비에 대한 질문이 더 많았다. 한 참석자가 『반도체 경기호황 등 현재의 조건에서 볼 때 인터넷사업보다는 반도체장비 쪽에 더 관심이 간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달 초 열린 한 벤처 캐피털사의 투자설명회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참석자들은 인터넷업체에 대한 기업설명 차례가 되자 물밀듯이 빠져나가면서 대신 이날 비공개로 열릴 한 인쇄회로기판 관련업체의 자료는 빠짐없이 챙기는 등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코스닥이 침체하는 등 벤처기업에 대한 거품 논란이 일어나면서 한동안 소외당했던 제조 벤처들로 투자자들이 몰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 수익성이 확실치 않은 인터넷모델보다 제조 벤처가 더욱 각광받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영규기자SKONG@SED.CO.KR 입력시간 2000/04/2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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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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