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의 대마가 잡혔다. 우변의 흑 9점이 옴쭉달싹 못하게 잡혀서 죽었다. 한국랭킹1위, 아니 세계랭킹1위 이세돌의 대마가 입단동기 조한승의 손에 속절없이 잡혀 죽은 것이다. 그렇다면 이세돌이 돌을 던져야 마땅한 일인데…. 결과부터 말하자면 이 바둑은 이세돌의 불계승으로 끝난다. 어찌하여 이런 불가사의한 일이 벌어진 것인지 그 과정을 음미하는 것이 이 바둑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이 바둑이 끝났을 때 필자가 서봉수9단에게 물었다. "흑대마가 잡힌 시점에서 백승이 확정적인 게 아니었다는 얘긴가?" "확정적이었지."(서봉수는 40년 전부터 친근한 사이여선지 언제나 반말이다) "백이 어느 정도 이겨 있었지?" "서너 집 정도." "애개. 대마를 잡았는데도 그 정보밖에 못 이겨 있었어?" "서너 집이면 프로에겐 넘지 못할 강이나 다름없어." 잡히는 줄 알고 잡히는 경우에는 그 피해가 생각보다 적은 법이다. 잡히는 줄 모르다가 덜컥 잡히면 피해가 엄청나지만 처음부터 알고 잡힐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흑1로 붙여간 수는 상당한 이득 같지만 사실은 이적행위였다. 이세돌은 흑1로 그냥 실전보의 5에 보강해야 했다고 후회했다. 우상귀의 백6, 8은 이렇게 키워죽이는 것이 끝내기의 요령이다. 여기서 흑9로 응수한 것은 유심히 보아둘 필요가 있다. 원래 이곳은 참고도의 흑1 이하 7까지의 응접이 필연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정석책이나 실전해설서에도 이렇게 나와 있고 대부분의 고단자들도 이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젊은 기사들이 이 진행은 필연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실전보의 흑9(행마의 용어로는 배붙임이라고 한다)로 두는 것이 참고도의 흑1로 두는 것보다 2집 이득이라는 것이었다. 검토실에서 서봉수가 이영구에게 물었다. "언제 그게 밝혀졌어?"(서봉수) "벌써 몇년 됐어요."(이영구)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서봉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