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스럽구먼.”
피터 로나드(38ㆍ호주)가 최종라운드에서 4오버파를 치고도 미국 PGA투어 첫 우승컵을 안은 뒤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로나드는 18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힐튼헤드아일랜드의 하버타운골프링크스(파71)에서 열린 MCI헤리티지(총상금 520만달러) 마지막 날 4오버파 75타를 치는데 그쳤지만 경쟁 상대였던 대런 클라크(북아일랜드)의 부진 덕에 정상에 올랐다. 최종성적은 7언더파 277타.
1타차 선두로 경기에 나선 로나드는 5번홀까지 1타를 잃어 동반 플레이하며 4타를 줄인 클라크에 3타차 추월을 허용했다. 그러나 클라크의 부진을 틈타 동률을 이룬 뒤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파를 기록, 이 홀 더블보기를 범한 클라크를 2타차로 따돌렸다.
치열한 우승 다툼이 예상됐던 최종라운드는 로나드 4오버파, 클라크 5오버파의 성적이 보여주듯 ‘우승컵 헌납 경쟁’을 방불케 했다. 특히 투어 통산 2승의 클라크는 6번홀부터만 무려 9타를 까먹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14개 홀 동안 버디는 1개에 그치고 보기 4개와 더블보기 3개를 쏟아내며 현란한 자신의 패션만큼이나 어지러운 스코어카드를 제출한 것. 마지막 홀 세컨드 샷을 깊은 러프에 빠뜨려 볼을 찾지 못해 1벌타(로스트 볼)를 받은 뒤 4타만에 그린에 올린 것은 뼈아팠다.
로나드의 실수도 클라크 못지않았다. 대회 첫날 9언더파의 맹타를 휘둘렀던 기세는 오간 데 없이 버디 2개에 보기 6개를 저지르고 말았다. 로나드는 우승상금 93만6,000달러와 함께 지난 69년 아놀드 파머가 남겼던 이 대회 우승자 최종라운드 최악의 스코어(74타)를 36년만에 1타 더 늘리는 불명예도 떠안았다.
지난해 호주오픈 등 고국에서 8승을 거뒀으며 2002년부터 미국 PGA투어에서 본격 활약하고 있는 로나드는 “꿈에도 투어 데뷔 첫 승을 바랐지만 마지막 날 58타나 59타를 치며 우승하는 것이었지 이런 식은 아니었다”며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강풍이 부는 악조건 속에서 각각 3언더파와 2언더파를 친 빌리 안드레이드(미국)와 짐 퓨릭(미국)이 이 대회에서 통산 5차례 우승을 차지한 데이비스 러브 3세(미국), 그리고 클라크와 함께 공동2위를 차지했다.
한편 이날 혼자 18홀을 돈 이안 폴터는 2시간21분만에 라운드를 마쳐 눈길을 끌었고 리 웨스트우드(이상 잉글랜드)는 13번부터 17번홀까지 보기 2, 더블보기 2, 쿼드류플보기 1개 등으로 5홀에서 10타를 잃는 곤욕을 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