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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소로스, 아이칸, 다음은…

올 정기주주총회의 하이라이트인 KT&G 주총이 오는 17일 열린다. KT&G 문제가 주목받는 것은 세계적인 기업사냥꾼의 공격과 경영진의 필사적인 방어라는 극적인 요소와 더불어 이러한 국제자본의 한국 기업 공략이 앞으로 얼마든지 더 벌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지 소로스는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국제자본가 중 한사람이다. 그는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98년 초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를 만나 한국 투자를 약속했고 이듬해 그의 펀드는 서울증권을 헐값에 사들였다. 그는 서울증권에 선진 금융기법을 전수, 한국의 대표적인 투자전문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행동은 우리 국민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서울증권을 인수한 후 그의 행태는 당초의 약속과는 거리가 멀었다. 사옥매각, 이익보다 큰 과다배당 등을 통해 수익을 빼가기에 급급했고 지난해 말 증권주의 가격이 급등하자 마지막으로 보유했던 주식을 전량 국내 기관투자가에 매각, 수백억원의 차익을 실현하고 한국시장에서 철수했다. KT&G 사태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KT&G의 최대주주인 프랭클린뮤추얼펀드 등 외국계 기관들이 칼 아이칸 측에 집결한 반면, 국민연금 등 국내기관들은 KT&G의 현경영진을 지지하고 나섰다. 현재로서는 이번 주총에서 양측의 표 대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조지 소로스와 칼 아이칸. 등장 방식의 차이가 있을 뿐 뉴욕 월가 자본가로서 그들이 한국시장에서 추구하는 바는 동일하다. 올해 세계 인수합병(M&A)시장 규모는 3조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수년간 열기를 내뿜었던 석유 등 상품시장이 한풀 꺾인데다 미국 증시의 전망이 불투명함에 따라 헤지펀드들이 수익률 탈출구를 M&A시장에서 찾고 있다. M&A 중계에서 막대한 수입을 올리는 미국 투자 은행의 이해도 맞아떨어진다. 상호간 합의에 따른 M&A와 더불어 약점을 가진 기업에 대한 적대적 M&A 공격이 그 어느 해보다 많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외국자본의 한국 기업 공략도 한층 강화할 것이다.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모든 빗장을 풀어버린 한국의 자본시장은 영국의 경제학자 수잔 스트레인지가 지적한 ‘카지노 자본주의(Casino Capitalism)’의 한 가운데에 있다. 더구나 국내 기업들이 지난 수년간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탄탄한 이익구조를 갖췄다. 회계도 선진국 수준으로 투명해졌다. 반면 기업에 대한 일반주주, 종업원, 나아가 사회의 불신은 여전하다. 국제적인 기업사냥꾼에게 좋은 먹잇감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제2, 제3의 칼 아이칸 등장은 너무도 당연하다. 국내 기업들이 거대 기업사냥꾼의 공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지배구조의 개선과 투명경영 등을 통한 시장의 신뢰 확보에 나서야 한다. 정부도 시장원리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시장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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