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채팅이나 온라인 게임 중독현상의 역기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간과되고 있는 것은 사이버문화의 본질은 인간의 고통과 갈등을 상당한 정도로 희석시키는 일종의 카타르시스 작용을 한다는 점이다.실제로 18세 미만 청소년의 10% 정도가 매년 획일적이고 억압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학교 밖으로 겉돌고 있다. 이는 부모와 사회가 그들에게 1등만 또는 일류학교만을 강요한 결과다.
더구나 소위 '왕따'나 학원폭력의 근원은 청소년들을 학교성적만으로 평가하는 사회의 획일성과 폭력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게임의 폭력성 이전에 사회적 폭력의 근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최근 정부는 청소년을 폭력과 음란물로부터 보호하고자 영상, 비디오, 음반, 게임물에 대한 사전 등급부여를 마련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법규제는 청소년보호를 위한 것이지만, 인권으로서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제한할 수 있는 지 문제이다.
표현의 자유란 인간의 사상, 의견, 감정 등을 매체를 통해서 일반인에게 자유롭게 전달할 수 있는 권리로서 다수의 여론형성과 정치과정에의 참여권을 보장한다. 때문에 이는 정신적 자유로서 경제적 자유보다 우월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게임물에 대한 등급제의 시행은 헌법 제21조에서 금지하는 검열에 해당한다. 더구나 현행 영등위 심사위원들이 가상공간의 규제와 사이버 문화의 특성에 관한 전문성을 얼마나 갖추고 있는지 의문이다.
미국, 영국, 일본, 유럽연합 등 대다수 국가는 산업계와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등급심사위원에 의한 자율규제방식을 오랜 전부터 채택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 게임과 음반 및 인터넷의 등급심사에 관한 전문가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되어야 정부가 제시하는 윤리기준에 의해서 좌우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정부는 낡은 규제수단인 행정재량권에 의존하지 말고, 시민사회의 자율성과 전문성에 기초한 사회적 합의를 확립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정영화 (서경대 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