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외환銀 인수계약 HSBC 정기검사 이목 집중 '다이렉트 뱅킹'이 타깃…인수 무산될수도인터넷영업 본인확인 미흡 실명제 위반 가능성검사결과 '기관경고'이상 제재받으면 자격상실국내銀 인수시도 철회 잦아 여론도 좋지 않아 이병관 기자 comeon@sed.co.kr HSBC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을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후 HSBC은행 서울지점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정기 검사에 금융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3일부터 HSBC에 대한 정기 검사를 진행 중이다. 검사 결과에 따라 실정법 위반이나 중대한 규정위반이 적발될 경우 외환은행 인수 자격 자체가 박탈될 수도 있다. 검사 결과 '기관 경고' 이상의 제재를 받게 되면 인수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이번 검사는 HSBC가 올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인터넷 기반의 예금수신 시스템인 이른바 '다이렉트 뱅킹'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당국은 HSBC가 다이렉트 뱅킹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본인 확인 절차를 제대로 밟았는지 여부를 확인 중이다. HSBC는 지난해 대출 모집인을 통해 변칙영업을 하다가 당국에 적발된 전력이 있다. ◇검사 초점은 '다이렉트 뱅킹'=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 등 다른 외국계 은행과는 달리 HSBC의 경우 감독당국으로부터 법인 자격을 얻지 못한 채 지점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영업망을 확충하기 위해 추가로 지점을 내려면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아야 하는데 엄격한 인가 요건에다 보수적인 은행감독 특성상 여의치가 않다. HSBC는 이런 제약을 우회하기 위한 방안으로 오프라인 지점이 없어도 인터넷으로 영업을 하는 '다이렉트 뱅킹'을 올 2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다이렉트 뱅킹은 고객이 은행 창구에 올 필요 없이 인터넷으로 계좌를 개설하고 바로 예금과 이체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HSBC는 국내 은행 인수 시도가 잇달아 실패로 돌아가자 지난 2005년부터 다이렉트 뱅킹을 시도했지만 금융감독당국이 "거래 정보 보안과 안정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허가를 하지 않아 영업을 벌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올 들어 우여곡절 끝에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아 영업을 시작했지만 가상 공간에서의 영업 특성상 본인 확인 문제 등의 우려가 제기돼왔다. 금융감독당국은 이번 검사에서 이 문제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대면 업무가 아닌 인터넷 영업 특성상 아무래도 본인 확인 절차를 소홀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럴 경우 명백한 금융실명제법 위반 대상이 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시중은행들도 인터넷으로 영업을 하고 있지만 해당 고객이 먼저 창구를 방문해 계좌를 만든 후 실명확인 작업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반면 HSBC는 전혀 거래가 없는 고객이라도 인터넷상에서 바로 계좌를 만들고 예금 및 타 은행 계좌 이체 등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HSBC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고객이 인터넷으로 신청한 후 그 다음날 직원이 고객을 찾아가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을 거치고 있다"고 밝혔다. ◇검사 결과에 따라 외환은행 인수 계획 무산될 수도=금융감독당국이 "외환은행 헐값매각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외환은행 재매각 승인 심사는 있을 수 없다"고 누누이 강조했는데도 HSBC는 버젓이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와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이런 움직임이 '판결에 상관없이 인수 승인 심사를 해달라'는 압력으로 풀이되면서 금융감독당국은 상당히 불쾌해 하는 모습이다. HSBC는 올해 한국 정권 교체 가능성에 따른 인수 분위기 반전과 우호적인 해외 언론 등을 등에 업고 외환은행 인수 계약에 승부를 걸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HSBC 입장에서는 현재 1심 재판 중인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의 향방보다는 금융감독당국의 심사 관문을 통과하는 게 중요하다. 사실 재판 결과는 차치하고라도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서는 당국의 승인 심사가 필수적이다. 재판이 지연되면서 계약이 파기될 가능성은 있지만 외환은행 헐값 매각 재판에서 론스타가 유죄가 나든 무죄가 나든 어차피 론스타는 외환은행 지분을 팔아야 한다. 하지만 감독당국의 인수 승인 심사는 HSBC의 인수 자격 여부를 가리는 중대한 변수다. 금융당국은 "재판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면서 심사 계획이 없다고 거듭 강조하지만 HSBC는 인수 계약이 체결된 이상 인수승인 신청서를 조만간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당국은 굳이 승인 심사 명분이 아니라도 HSBC가 한국에서 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HSBC에 대한 특별 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상습적인 금융실명제법 위반 등 중대 사안이 터져 '기관 경고' 등을 받게 되면 인수자격이 박탈된다. HSBC에 대한 여론도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HSBC는 외환위기 직후인 98년부터 제일은행을 시작으로 4번이나 국내은행 인수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지나친 가격 흥정으로 비난을 샀다. 99년에는 서울은행과 양해각서(MOU)까지 체결하고도 막판에 가격 문제 때문에 철회했다. 이 때문에 국내은행 정보만 입수하고 발을 뺀다는 비난 여론이 많다. 입력시간 : 2007/09/04 17: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