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더블 딥이냐" "완만 회복이냐"…기로에 선 美경제

[리먼파산 2년<국제>]<br>일자리 800만개 사라지고 실업률 9%대 고공행진<br>민간부문 시들… "주택·고용시장 회복 10년 걸릴것"<br>美정부 '2차부양책' 발표 앞두고도 비관론자 늘어

지난 2007년 12월 미국이 공식적인 경기침체에 돌입한 후 지금까지 사라진 일자리는 무려 800만개. 미국 경제학자들은 지난해 3ㆍ4분기에 7분기 만에 처음으로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지만 회복 강도는 일자리 수의 증가에서 찾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일자리(비농업 부문 고용)는 1월 처음으로 늘었다가 6월부터 내리 3개월째 다시 마이너스 행진이다. 물론 감소 속도는 최근 현저히 둔화돼 앞으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회복의 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9%대의 실업률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미국 경제가 연평균 잠재성장력 수준인 3%대 성장이 지속된다면 월평균 3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사라진 일자리를 회복하려면 3% 성장을 전제로 3년이 걸리는 셈이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인플레이션에 빠지지 않고 3%대의 성장이 이어지는 '골디락스'를 실현할 것이라고 보는 이코노미스트는 그리 많지 않다. 비관론자들은 위기 이후 사라진 일자리를 회복하는 데 10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인들은 씀씀이를 줄이고 은행 계좌를 열었다. 월가 은행들이 위기의 주범이던 레버리지(차입투자)를 중단하고 디레버이지(차입축소)로 돌아선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혹독한 위기를 경험한 미국인들이 저축을 하면서 소비가 둔화되고 이에 따라 낮은 성장이 오래 지속되는 시나리오를 그리는 이코노미스트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뉴 노멀(New Normal)'론이다. 미국 저축률은 위기 이전에 제로 수준이었다가 최근 6%를 넘어섰다. 금융위기 2년차 증후군을 보이는 미국 경제는 더블딥에 빠질지 아니면 완만한 회복세를 그릴지 기로에 서 있다. 미국 경제가 금융위기와 결합된 경기침체로 강력한 'V'자 회복은 벌써 물 건너간 상태.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역사적으로 볼 때 금융위기와 결합한 경기침체는 쉽게 치유하기 어렵고 완전한 회복은 무척 오래 걸린다"며 "미국 경제가 이런 역사의 법칙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더블딥에 빠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지만 위기의 주범인 주택시장과 고용시장의 회복은 10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7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미국 의회에 대한 정례보고에서 미국 경제전망에 대해 '매우 불확실(unusually uncertain)'하다고 밝혔다. 더블딥 가능성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는 다는 것 자체가 리먼브러더스의 망령에서 2년 넘도록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애널리스트들은 뉴욕 증시의 주가가 리먼 붕괴 직후 수준에서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것도 죽은 리먼의 그림자가 아직도 월가에 드리우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3일(현지시간) 이탈리아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불완전고용 상태에 있는 근로자 등을 포함할 경우 미국의 실업률은 17%선"이라며 "침체가 발생할 확률은 40% 이상"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침체 이전 상태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향후 3년간 매월 3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현재 미국이 그만한 일자리를 만들 것으로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경제의 70%를 소비가 차지한다. 그만큼 민간 부문의 역할이 경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되살아나는 것처럼 보였던 미국 경제가 더블딥을 우려할 정도로 다시 둔화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민간 부문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주 중 다시 재정을 투입해 제2차 부양책을 내놓겠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방침은 다분히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포퓰리즘 성격이 짙지만 그 만큼 민간 부문의 활력이 떨어져 지속적인 경기회복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그동안 공격적 부양책이 대공황의 위기에서 미국을 구원했지만 민간 성장동력까지 끌어올리는 '펌프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다. 미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고 있는 주택 문제도 해결이 요원해 보인다. 기업들도 경제적 불확실성 때문에 구조조정 등에 따른 이익을 현금으로 쌓아둔 채 고용이나 투자에는 인색한 상태다. 유럽의 재정위기를 거치면서 금융시장에서는 안전자산 선호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국채 선호 현상도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10년 만기 미국채 금리가 내년 1ㆍ4분기에 최저 1.75%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뉴욕 헤지펀드인 게고일에서 펀드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는 황현철씨는 "요즘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주식시장에서 기업을 포함한 개인투자자들의 이탈이 심화되고 있다"며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갈수록 심화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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