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러브호텔들 "월드컵 관광객 안받아"

"객실회전 못해 손해" 월드컵업소 지정 기피경기도 관광과 직원 H(38)씨는 요즘 '얄미운 러브호텔'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02월드컵(5월31일~6월30일)기간중 외국관광객들이 묵을 중저가 숙박업소(월드컵 지정숙박업소)를 물색하는 것이 그의 업무. 그러나 숙박업소들이 저마다 등을 돌리는 바람에 관광객들이 길가로 나앉을 위기에 까지 몰리고 있어 H씨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H씨는 "이들 숙박업소는 관광객이 방을 잡으면 1일 3~5회의 '객실회전'을 할 수 없게 돼 숙박업소 지정을 꺼리는 것 같다"며 "돈도 좋지만 국가적인 대사 마저 외면하는 이들이 얄궂기만 하다"고 하소연했다. ▲지정증 반납도 속출 서울, 경기 등 월드컵을 개최하는 지자체들이 추진중인 숙박업소 지정사업이 업소들의 참여 기피로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이 상태로는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도 불투명하다는 우려의 소리도 높다. 경기도의 경우 월드컵 외국관광객을 위해 지난해부터 장급 여관을 대상으로 '경기 투어텔(Tourtel)'을 지정하고 있으나 성과는 실망적이다. 경기도가 필요로 하는 월드컵 숙박업소는 200여개, 8,000여실(1만5,000여명 수용). 현재까지 지정된 숙박업소는 목표의 50% 수준인 100여개소에 불과하다. 지정된 업소도 대부분 1개층만 외국인에게 개방키로 해 심각한 객실난이 예상된다. 서울시도 필요한 숙박업소(월드인ㆍWorld Inn)의 90%수준인 399개소 1만2,554실을 확보했으나, 이중 수십개 업소가 최근 월드인 '지정증'을 시에 반납해 지정업소 추가 확보에 비상이 걸려있다. 대구도 5,000여개 객실을 더 확보해야 하지만 업소들이 난색을 보여 월드컵 관광객 수용이 어려운 실정이다. ▲월드컵 보다는 '돈'이 좋아 월드컵 숙박업소로 지정되면 해당 지자체가 월드컵광고물 등을 통해 홍보를 대행해주고, 시설 개ㆍ보수비용의 50%까지 저리지원을 받을 수 있다. 서울시 등은 이들 업소에 대해 교통유발부담금과 환경개선부담금의 50%와 25%를 각각 감면해줄 방침이다. 유인책에도 불구하고 숙박업소들은 손을 내젓는다. 수원시의 A모텔 주인 B씨는 "관광객이 투숙하면 (남녀커플) 손님을 여러 번 받을 수 없게 돼 매출이 뚝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각종 부담금을 감면받아도 연간 실질 혜택은 15만원 정도에 불과해 현실적으로 응하기 어렵다"고 항변했다. 또 월드컵 숙박업소로 지정되면 관련 공무원들이 자주 찾아 시설 등을 점검하고 직원들이 외국어통역과 서비스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점도 이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이들에게 무작정 방을 내놓으라고 설득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별도의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두영기자 dysong@hk.co.kr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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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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