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16일 일본 방문을 시작으로 한국ㆍ중국ㆍ인도네시아 등 4개국 방문일정을 시작했다. 클린턴 장관의 첫 방문국으로서 일본이 갖는 의미는 크다.
일본은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으로 아시아에서 미국의 가장 가까운 우방국이지만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한 후 양국 관계는 소원해진 측면이 있다.
그런 만큼 이번 방문이 미국과 일본 간 관계를 다시 공고히 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클린턴 장관은 이를 위해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 가족들과 면담함으로써 일본인 납치문제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또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 8,000명의 괌 이전에 관한 협정에 서명하고 북한의 위협적인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일본을 돕겠다는 의지도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에서는 북한 핵 폐기 검증 문제와 함께 양국 간 체결된 자유무역협정(FTA) 비준과 관련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최대 회교국인 인도네시아 방문을 통해서는 양국 간 협력 강화를 천명해 중동 등 아랍권 국가들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효과를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클린턴 장관의 마지막 방문국인 중국은 가장 까다로운 상대다. 중국은 북한 인권 문제의 이슈화와 일본의 재무장 등에 미국과는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클린턴 장관은 북핵6자회담에서 중국과의 협력을 이끌어낼 심산으로 이런 민감한 이슈에 대해 현실적으로 타협하려는 유혹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중국은 한국과 일본처럼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 분야와 관련해서는 양국 간 자유로운 무역이 서로에게 득이 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최근 ‘바이 아메리칸’ 조항이 중국의 우려를 부르고 있다는 점에서 필요한 조치라고 판단된다.
국무장관이 아시아를 첫 해외순방지로 결정한 것은 지난 1961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4개국 방문은 미국의 대아시아외교에서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