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1월 23일] 홀대 받는 다자녀 보금자리주택

3차 보금자리지구가 인기를 끌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은 어느 정도 예견된 사항이다. 위치도 그렇게 경쟁력이 있지 않는데다 가격마저 1ㆍ2차 때보다 높게 책정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특별분양 사전 청약은 그리 높지 않은 경쟁률을 나타내고 있다. 상당수 무주택자의 관심권에서 벗어난 느낌이다. 무관심 속에서도 더욱 홀대 받는 주택이 있다. 바로 3자녀 이상 다자녀를 위한 특별 공급이다. 전용 51ㆍ59ㆍ74㎡형 3가지 주택형이 공급됐는데 74㎡형을 제외하고 대부분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인천 구월지구에서 공급된 전용 51~59㎡형은 총 24가구에 7명만이 청약해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반면 21가구를 모집한 전용 74㎡ 주택에는 24명이 청약했다. 하남 감일지구 상황도 비슷하다. 18가구를 모집한 전용 51㎡형에는 9명만이 접수했지만 미달된 반면 전용 74㎡의 B4블록에는 30가구 모집에 88명이 몰려 2.93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 측은 3차 보금자리의 3자녀 특별공급의 실적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이유는 가구원 수 특성상 낮은 평형대에 대한 선호가 적었기 때문으로 보인다는 해명을 했다. 당연한 말이다. 3자녀 이상 다자녀를 둔 가족이라면 적어도 방이 3개는 필요한데 전용 51~59㎡형 주택에서 생활하기가 불편해 선택을 꺼릴 수밖에 없다. 무주택자일지언정 자식을 좁은 집에서 키우기는 싫은 게 사람심리다. 문제는 정부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데 있다. 1년 전 1차 보금자리 주택을 공급한 하남 미사지구는 다자녀 특별공급과 노부모 우선공급에서 미달사태를 빚어 총 157가구의 잔여물량이 일반공급으로 전환된 바 있다. 2차 보금자리 주택 역시 똑같은 상황에 직면했다. 두 세대가 함께 거주하는 노부모 우선공급, 3자녀 이상의 다자녀 우선공급의 경우 일반적으로 구성되는 4인 가구에 비해 더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주택 면적에 맞는 적절한 물량 배분에 실패한 것이다. 정부가 내놓은 변명은 결국 제대로 된 수요조사와 예측 없이 정책을 진행했다는 자기 고백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고백과 반성이 있으면 행동과 정책이 바뀌어야 진정성을 느끼게 된다. 앞으로 공급될 4차 지구에서는 좀 더 철저한 수요조사로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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