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탓 공방하며 단기처방… 시장은 '피멍' ■ 한은 국고채 매입에도 시장불안 여전금리폭등 진원지 스와프시장엔 메스 안대은행 "달러 풀든지 해외차입 규제완화해야" 한은 "은행 무리한 영업탓" 개입불가 입장 홍준석 기자 jshong@sed.co.kr 한국은행이 '패닉' 상태에 빠진 채권시장에 2년 만에 전격적으로 국고채 매입이라는 단기처방을 내렸지만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한은의 조치를 비웃기라도 하듯 전날에 이어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는 등 불길은 확산되고 있다. 시장은 유동성 공급이라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한은은 상업논리에 끌려갈 수 없다고 버티면서 상황이 악화되는 형국이다. 양측의 금리급등 책임 떠넘기기에 시장은 피멍이 들어가고 있다. ◇한은 단기처방 약발 안 들어=한은이 29일 전격적으로 시장에 개입했다. 채권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지자 국고채 매수라는 카드를 꺼내들며 시장 진화에 나선 것. 하지만 약효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실제로 한은의 채권매입 발표 이후 급락했던 국채선물시장이 잠깐 상승 반전하기도 했지만 곧바로 약세로 돌아서며 시장의 불안감을 여실히 보여줬다. 전문가들은 한은의 이번 조치가 단기적으로 시장심리 안정에 도움을 주겠지만 근본 문제인 수급불균형 해소엔 한계를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은행권의 유동성 부족인데 단발성 액션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정상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조치가) 일시적인 시장 안정 노력으로 보이지만 꼬여 있는 자금시장에 궁극적인 수급 개선이 있어야 채권시장이 안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규제가 시장 왜곡 불렀다"=한은의 단기처방에 실망한 채권시장의 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금리폭등의 진원지인 스와프시장의 왜곡 현상에 메스가 가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원화와 달러를 일정 기간 내 맞바꾸는 통화스와프(CRS)시장에서 달러 부족으로 CRS금리가 폭락했고 이의 영향으로 고정금리와 변동금리를 교환하는 이자율스와프(IRS)금리마저 급락하며 이와 연계된 국채선물 손절매 물량이 쏟아져 금리가 급등(채권 값 하락)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결국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스와프시장에서 CRS금리를 적정 수준으로 되돌려야 하는 게 급선무이고 이를 위해 '충분한 달러'가 필수조건이라는 얘기다. 즉 한은이 스와프시장에 개입해 달러를 풀든지, 아니면 은행권의 해외차입 규제를 완화해주든지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철수 대우증권 연구원은 "따지고 보면 문제의 본질은 은행권의 유동성 부족"이라며 "실제로 당국에서 지난 7~8월 단기외채 급증에 대한 규제책을 들고 나오면서 스와프시장의 왜곡이 발생해 오늘과 같은 상황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한은-시장 최후의 승자는=이 같은 시장의 요구에 대해 한은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리급등의 책임은 당국이 아니라 은행권의 과당경쟁에 따른 무리한 영업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즉 채권시장 마비의 원인은 유동성 부족이 아니라 돈 없는 은행들이 조선 등 수출업체의 선물환 매도를 받아주며 이 과정에서 헤지용 달러를 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스와프시장에 개입해 달러를 풀어주는 것은 은행이나 선물환 매도를 하는 조선업체들의 배만 불려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인섭 한은 시장운영팀장은 "자금이 없으면 대출을 줄이든지, 보유자산을 축소하든지 해야 하는데 은행은 과당영업의 손해를 중앙은행보고 책임지라고 떼쓰고 있다"며 "은행들이 손실을 보더라도 시장 자율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은이 당분간 스와프시장에 직접 개입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입력시간 : 2007/11/29 17: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