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더 떨어진다" 급매물도 찾는 사람 없어

■ [르포] 규제 앞둔 강남권 부동산 시장<br>매도-매수 호가간 괴리에 "문의전화도 없어" <br>강남·분당 등 부동산 중개기능 사실상 마비<br>거래공백 한두달 지속땐 폐업업소 속출우려

'폭풍전야' 정부의 8월 부동산종합대책이 가시화되면서 강남·분당 지역에서 일부 단지를 중심으로 급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매수세 실종으로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24일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는 찾는 사람 없이 한가한 주말을 보내고 있다. /이호재기자

“값이 오르든 떨어지든 무슨 상관입니까. 아예 거래가 없습니다.”(둔촌동 고려공인 이광복 사장) “이달 중 단지 내 중개업소 가운데 거래가 성사된 곳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을 겁니다.”(대치동 부동산뉴스공인 주용택 사장) 서울 강남권과 분당 신도시의 부동산중개업 관계자들은 이들 지역의 부동산 중개기능이 사실상 마비됐고 이 같은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부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 같은 현상이 한두달 지속될 경우 폐업 업소가 속출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집값 급등으로 매도ㆍ매수호가간 괴리가 커지고 있는데다 정부의 부동산종합대책이 발표될 오는 8월 말까지 매도자나 매수자 모두 섣불리 거래에 응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중개업소 10곳 중 9곳이 개점휴업=집값 급등의 진원지였던 강남구 일대 중개업소는 2,000곳 내외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이달 들어 지금까지 일선 구청에 신고된 주택거래건수는 190건. 10곳 중 9곳이 단 1건의 매매거래도 성사시키지 못한 셈이다. 서울 대치동 부동산뉴스공인의 주용택 사장은 “업소를 찾아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이따금씩 매수 문의전화가 오긴 하지만 호가보다 1억~2억원 낮은 매물을 찾고 있고 이 같은 가격에 급매물이 나오면 추가로 매수가격을 낮추고 있기 때문에 거래성사 가능성은 아예 없다”고 말했다. 분당 신도시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 5월 570건, 6월 446건이던 거래신고건수가 이달에는 89건에 그치고 있다. 분당 신도시 S공인의 한 관계자는 “값이 너무 뛰다 보니 아예 문의전화조차 없다”며 “이 때문에 최근에는 직원들도 내보내고 혼자 사무실을 지키고 있지만 월세 내기도 버겁다”고 말했다. 거래가 없다 보니 일부 중개업소들은 본격적인 휴가철이 채 시작되기도 전인 이달 중순부터 일찌감치 가게 문을 닫고 사실상 휴업에 들어간 상태다. ◇급매물에도 매수세 실종=강남권 재건축단지와 분당 신도시의 가격조정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추진 소문으로 급등했던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는 호가가 5,000만원 이상 빠졌지만 찾는 사람은 없다. 대성공인의 한 관계자는 “별다른 호재 없이 소문만으로 급등했던 시세가 정부의 고강도 규제책이 가시화되면서 크게 빠지고 있다”며 “10억원을 훌쩍 넘겼던 34평형 시세가 현재는 9억5,0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 개포주공단지의 경우 최고 8억5,000만원에 달했던 4단지 15평형이 7억8,00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고 송파구 가락시영단지와 강동구 고덕주공, 둔촌 주공단지 등도 많게는 7,000만~8,000만원까지 떨어진 급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매수세는 없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송파구 A부동산 관계자는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책이 예상되면서 일부 단지를 중심으로 급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매수호가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매매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분당 신도시도 마찬가지다. 호가가 최고 9억원에 육박했던 이매동 아름마을 건영아파트 49평형이 7억8,000만원에 매물로 나왔고 비슷한 호가를 보인 두산아파트 48평형도 8억원에 시장에 나와 있다. 또 야탑동ㆍ이매동ㆍ정자동 등에서도 6월보다 5,000만원 정도 떨어진 수준에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찾는 사람은 없는 실정이다. 이 같은 여파로 강남권의 일반 아파트 가격도 조정현상을 보이고 있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의 경우 1,000만원 정도 낮춘 물건이 나오고 있지만 거래는 두절됐다. 압구정동 대신부동산의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강남권 일반 아파트들의 가격조정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조만간 하락세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거래공백 장기화로 부동산 중개시장 마비 우려=문제는 자칫 이 같은 거래공백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단기적으로는 일선 중개업소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와 여름휴가, 정부의 부동산종합대책을 지켜보자는 관망세가 거래급감을 불러왔지만 이 같은 악재가 해소된다 해도 거래가 살아나긴 힘들 것이란 우려가 일선 중개업소 사이에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거래공백이 심화되면서 부동산 중개시장도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뜩이나 한해에 수백명의 신규 공인중개사가 양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거래시장의 기반이 되고 있는 일반 주택매매가 급감하면서 상당수 중개업소가 부실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분당 신도시 내 C공인 관계자는 “웬만한 단지 내 상가마다 서너개의 중개업소가 있지만 제대로 장사가 되는 곳이 한곳이라도 있으면 다행”이라며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일부 중개업소를 제외하고는 모두 아파트 거래에 의존하고 있어 타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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