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2월11일] 코스닥시장의 惡, 배임·횡령

“무슨 횡령ㆍ배임 사건이 이렇게도 많습니까. 이러다가 ‘코스닥 상장사’라는 이유 때문에 회사 이미지가 도리어 나빠지겠어요.” 최근 기자와 전화 통화를 한 지방의 한 중소기업 IR담당 임원은 코스닥시장 관련 뉴스를 체크할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고 했다. 잊을만하면 ‘횡령ㆍ배임 혐의 발생’이란 공시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주가 급락으로 힘든 판에 시장 분위기를 흐리는 불미스러운 사건까지 꼬리를 물고 터지니 코스닥 상장사 경영진의 답답한 심정은 오죽할까. 짧게는 몇 년, 길게는 몇 십년간 공들여 회사를 키운 후 복잡한 심사과정을 거쳐 얻어낸 ‘코스닥 상장사’라는 타이틀. 이 수식어가 자신들의 과오가 아닌 다른 회사 경영진의 부도덕한 행동 때문에 일그러지는 것을 보고 있기란 참기 힘들 것이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올 하반기 이후 지난 9일 현재 코스닥시장에서 발생한 횡령ㆍ배임 사건만 35건에 달한다. 일주일에 1.5회 꼴로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의 12건과 비교하면 3배 가까운 수치다. 10일에도 어김없이 횡령ㆍ배임 사건으로 주가가 하한가까지 추락하는 종목이 등장했다. 보안감시기기 제조업체인 그랜드포트가 주인공으로 전날 공시를 통해 자사 이모 회장의 30억원 횡령 혐의 발생 사실을 밝혔고 이날 주가는 여지없이 개장과 함께 급락했다. 특히 이 회사의 경우 전 경영진이 아닌 현 경영진에 의해 횡령 혐의가 발생한 것이어서 도덕적 해이에 대한 투자자들의 충격이 더욱 컸다. 투자자에게는 투자 손실, 다른 건실한 코스닥 상장사에는 이미지 훼손이라는 피해를 입히는 횡령ㆍ배임 사건. 내년부터는 증권선물거래소가 나서 횡령ㆍ배임 사건 발생시 곧바로 상장폐지 실질심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하니 기대가 크다. 하지만 과거처럼 경고에 그치는 형식적 규제가 돼서는 안 된다. 잘못을 저지른 곳은 즉시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강력한 규제가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코스닥 상장은 여전히 국내 수많은 중소ㆍ벤처기업들의 꿈이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예비 상장사뿐만 아니라 시장 입성에 성공한 후 더 높은 도약을 다짐하고 있는 대다수 상장사를 위해서라도 보다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