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펀드수탁 못하겠다"
'펀드정리때 미수금, 은행책임' 시행령 반발'자산운용업법' 시행초기부터 파행우려
미매각 부동산·배당금등 객관적 가치평가 곤란
펀드 정리에 따른 미 실현 수익(미수금)을 은행권이 책임지도록 한 자산운용업법 시행령에 대해 은행권이 강력반발, 간접투자상품 판매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은행권은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펀드 수탁업무(Custodyㆍ유가증권 보관업무)를 거부하기로 해 간접투자활성화 및 금융시장 선진화를 위해 제정한 자산운용업법이 시행 초기부터 파행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미 경남은행은 펀드 수탁업무를 포기하기로 결정했고 다른 시중 은행들도 경남은행의 이 같은 결정에 동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9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만들어진 자산운용업법 시행령은 투신사가 운용하고 있는 펀드가 중도에 해지 돼 투자금을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펀드에 편입된 주식의 배당금 등 아직 실현되지 않은 수익을 수탁 은행들이 우선적으로 투자자들에게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 수탁업무는 투신사 등이 조성한 펀드에서 매입한 채권ㆍ주식 등 유가증권을 보관해주는 업무로 금융회사 가운데 은행만이 이 업무를 담당하며 수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상품이 개발돼도 판매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은행권은 유가증권 보관업무만 하는 은행에 미수금을 지급하도록 한 것은 펀드운용 손실까지 떠안으라는 조치로 수용할 수 없다며 수탁업무를 거부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국내 14개 수탁은행 가운데 경남은행은 펀드 수탁업무의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 아예 이 사업 자체를 포기하기로 했으며 다른 지방은행과 중소형 은행들도 곧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또 일부 시중 은행들은 투신사들이 개발하고 있는 새로운 투자상품에 대한 펀드 수탁을 거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펀드 수탁업무가 유가증권 보관에 한정돼 있음에도 미수금에 대한 책임까지 지우는 것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며 “이미 은행 공동명의로 시행령 개선을 요구하는 공문을 재정경제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원 등 관련 당국 내부적으로도 수탁은행에 펀드 감시 권한을 준 만큼 일정부분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는 입장과 상ㆍ하위법이 충돌하지 않게 개선 작업이 필요하다는 쪽이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의준기자 joyjune@sed.co.kr
입력시간 : 2004-05-09 1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