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 3차 빅뱅] (5) `제도`가 `시장`을 바꾼다

`제도가 시장을 바꾼다` 방카슈랑스를 시작으로 국내 금융시장에 밀려들기 시작한 새로운 물결은 올해 통합자산운용법 시행과 기업연금제 도입 등으로 절정에 이를 전망이다. 방카슈랑스의 정착은 보험업계 구조조정과 은행의 보험업 진출을 예고하고 있으며 기업연금과 자산운용법 역시 대형 금융사를 중심으로한 금융권의 질서 재편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변화하는 시장과 제도에 적응하지 못하는 금융회사는 주도권을 노리는 새로운 마켓 리더의 `먹이감`이 될 수 밖에 없다. ◇방카슈랑스로 보험업계 판도변화 =지난해 9월 도입된 방카슈랑스(은행 등 금융창구에서의 보험 판매)를 통한 보험 판매 실적이 4개월 만에 2조원을 넘어섰다. 방카슈랑스가 보험사의 순위에 영향을 줄 정도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안철경 보험개발원 동향분석팀장은 “기존 대형사가 쥐고 있던 보험업계 주도권이 앞으로는 은행중심의 금융그룹과 외국계보험사로 3등분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신한생명과 같은 은행 계열 보험사가 방카슈랑스 시작과 함께 유리한 입지를 점하고 있는 가운데 흥국, 동양, 금호생명등 중소 생보사들도 방카슈랑스 성공 여부에 따라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또 알리안츠, SK, 푸르덴셜, 동부, 녹십자생명 등 방카슈랑스 영업을 사실상 포기한 생보사들이 시장점유율을 유지할지도 관심사다. 방카슈랑스는 또 은행의 보험사 설립 또는 인수를 통한 보험업 진출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구본성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 사회의 노령화와 저성장에 따른 예금금리 하락으로 은행 자산이 보험사 등 다른 2금융권으로 빠르게 이동할 것”이라며 “여기에 방카슈랑스 도입 등 제도적인 변화가 겹쳐 은행이 보험업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미 국민은행이 한일생명 인수를 결정했고 하나은행 역시 하나생명 외의 다른 중견 보험사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이런 움직임이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 기업연금시장서는 은행권이 우위 =금융전문가들은 또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기업연금제도가 은행 중심의 금융그룹에 엄청난 힘을 실어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업연금시장 규모는 2010년 11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이 `황금알`을 낳는 시장에 아무나 뛰어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막대한 초기 투자비와 자산운용 능력, 또 각종 서비스 기능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 결국 이 시장은 백화점식 종합서비스가 가능한 대형 금융그룹들의 `잔치`로 시작된 후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간에도 우열이 가려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류건식 보험개발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경우 은행 밑에 보험사나 자산운용사를 자회사를 둔 금융그룹이 기업연금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기업연금제 도입이 국내 금융계의 합종연횡과 구조조정에 새로운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자산운용법ㆍ주택금융공사 출범도 영향=이밖에 통합자산운용법 시행과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출범, 사모펀드 관련법의 개정 등도 올해 금융시장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신탁업법을 적용 받던 은행이 자산운용법 시행으로 투신사 등과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게 되면 막강한 네트워크로 `종자돈`을 모집할 수 있는 우리, 국민은행 등 대형 은행이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재벌계열 자산운용사들의 계열사 주식 편입한도가 시가총액 비중까지로 커져 삼성, 한화투신운용 등 재벌계열 자산운용사들도 직접적인 혜택을 입게 됐다. 한편 장기주택저당대출(모기지론)을 취급할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오는 3월 출범하게 되면 시중은행들은 담보대출시장에서 또 다시 격전을 치르게 될 전망이다. 서민들의 대출 수요가 주택금융공사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아 은행권은 벌써부터 대응 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박태준기자 june@sed.co.kr>

관련기사



박태준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