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을 사실상 집도하고 이에 대한 확성기 노릇을 해온 고위 인사들이 한꺼번에 물러날 예정이다. 청와대 핵심 당국자는 “특정 사안에 관련된 고위 인사들이 이렇게 동시에 물러나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사안이 발생한 지 며칠 만에 즉각적으로 인사로 반응하는 것도 이례적이다. 한편으로는 15일 부동산대책을 하루 앞두고 붕괴 직전인 부동산정책의 신뢰를 인적 쇄신이라는 ‘고육책’으로 돌파하겠다는 카드로 보이지만 부동산 문제가 정권 전체의 총체적 정책 실패로 이어지고 있는 데 따른 부담감이 더욱 크게 작용했다는 얘기다. 조기경질을 통해 ‘꼬리 자르기’ 내지 ‘읍참마속’을 시도한 셈이다. ◇인적 쇄신, 정책신뢰 회복 위한 고육책=청와대의 한 당국자는 추병직 장관의 신도시 발언 파문 이후 노 대통령이 최근의 집값 급등과 성난 민심에 대해 “매우 심각한 ‘위기국면’이라고 인식해왔다”고 전했다. 연말께로 예정됐던 추 장관의 교체나 청와대 홍보 라인, 여기에 부동산정책을 집도해왔던 정문수 경제보좌관을 조기에 바꾸기로 한 것도 한계에 이른 민심을 반영한 결과다. 부동산정책과 입안자들이 몰매를 맞는 상황에서 또 다른 정책을 내놓아도 효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문책시기를 놓칠 경우 당ㆍ청간의 갈등이 확대되고 이는 레임덕 현상이 회복할 수 없는 수준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참여정부 부동산정책 코드 바뀔까=‘3인방’의 교체는 기존의 정책 또는 시행과정상의 실패를 사실상 인정했다는 점에서 부동산정책에도 어느 정도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정 보좌관은 각 부처 1급들이 참석하는 ‘부동산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주재하며 수요 중심의 정책에 선봉장을 맡아왔다. 반면 새롭게 부동산대책반장을 맡기로 한 박병원 재정경제부 차관은 대표적인 공급론자다. 박 차관은 8ㆍ31 대책 이전에도 세금 중심의 수요억제 정책으로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인식을 가져왔고 이는 청와대와의 충돌을 불렀다. 일부에서는 참여정부가 성역으로 남겨뒀던 강남 재건축ㆍ재개발에 대한 물꼬를 트는 것 아니냐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공급론의 확대는 정책의 무게중심과도 맞닿아 있다. 가뜩이나 저울추가 청와대에서 권오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 쪽으로 쏠리는 상황에서 정 보좌관 등이 물러남에 따라 김수현 사회정책 비서관 등을 중심으로 힘을 발휘했던 청와대의 ‘일방적 수요억제 코드’는 일정 부분 힘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공급론이 탄력을 받더라도 수요억제 카드를 완전히 거둘 가능성은 높지 않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요 카드를 버린다는 것은 참여정부의 근본을 부정하는 것으로 기존의 억제책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