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에너지 공급국 러시아의 책임

<니혼게이자이신문 1월 11일자>

러시아로부터 벨로루시를 거쳐 유럽으로 수송되는 원유의 공급이 일시 중단됐었다. 러시아와 벨로루시의 원유ㆍ천연가스 거래를 둘러싼 대립이 원인이었다. 두 나라가 각각 할 말은 있겠지만 자기들끼리의 다툼으로 제3국으로의 에너지 공급이 불안해지는 사태는 절대 피해야 한다. 특히 러시아는 에너지 공급국으로서의 큰 책임이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말 벨로루시와 천연가스의 가격인상 협상에 들어가 한동안의 옥신각신 끝에 2배 인상안을 관철시켰다. 여기에 지금까지 면세로 팔리던 원유에도 1톤당 180달러의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통보했다. 벨로루시는 그동안 러시아로부터 싼 가격에 구입한 원유를 정제, 유럽으로 재수출함으로써 적지않은 수입을 올리고 있었다. 원유ㆍ천연가스 가격의 대폭 인상은 벨로루시의 루카셴코 독재정권에 심각한 타격이 됐다. 벨로루시는 이러한 러시아의 조치에 대해 즉각 대응, 원유 파이프라인 통과료로 1톤당 45달러를 징수하겠다는 보복조치를 선언했다. 대립이 격화되면서 결국 유럽으로의 원유공급이 중단된 것이다. 벨로루시를 통과하는 이 원유 파이프라인에는 드루쉬바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이것은 ‘우정’을 의미한다. 두 나라는 지난 90년대에 국가연합을 선언하고 장래 통일국가를 만드는 것까지 목표로 해왔는데 이제는 ‘드루쉬바’와는 거리가 먼 관계로 전락했다. 1년 전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천연가스 가격협상이 결렬되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통해 유럽에 수출하는 천연가스의 공급이 일시 중단된 적이 있다. 간담이 서늘했던 유럽에서는 당시 사건을 계기로 러시아 에너지의 지나친 의존 문제를 재고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어났는데 이번 일로 가속도가 붙게 된 셈이다. 이번 원유공급의 중단이 조기에 해소된다면 폴란드ㆍ독일 등 유럽의 경제에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에너지 공급국으로서의 러시아의 신용이 다시 손상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극동 사할린에서의 자원개발이 본격화되고 있어 일본에도 러시아의 존재감은 커지고 있다. 일본으로서도 이번 사태가 남의 일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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