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수지 악화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잇달아 추진해 온 태광산업이 구조조정을 중단하고 노조의 요구안보다 3배나 많이 임금을 인상시켜 눈길을 끌고 있다.
2일 태광산업 울산공장 노사에 따르면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 요구안을 발송하면서 2년간 임금이 동결되고 복지 축소 등으로 조합원들의 생계가 어려워졌으나 어려운 회사 사정을 감안, 기본급대비 5%이상 인상을 요구했다.
이에 대한 사측의 당초 입장은 소폭 인상. 이는 국내외 화섬업계의 과잉경쟁에 따른 단가하락과 2001년 구조조정을 둘러싼 80여일간의 파업 등으로 화섬부문의 경우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이라크전 발발에 따른 유가 급등 등으로 적자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회사측은 2001~2002년 전체 직원의 40%가량을 희망퇴직 및 정리해고시킨 데 이어 지난 2월 발전ㆍ공무 등 생산지원부문 200명의 외주화를 추진하다 노조의 거센 반발로 백지화했다.
하지만 회사측은 고심을 거듭한 끝에 지난달 31일 기본급대비 15%인상안을 노조측에 전격 제시했다. 이는 노조의 당초 요구안보다 3배나 많은 것이며 협상과정에서 노조가 제시한 9%보다 66%인상된 것.
이 같은 인상안은 올해 경총이 임금인상 가이드라인을 4.3%로 제시하는 등 재계가 대외외 영업환경 악화로 임금인상 폭을 한자리수로 묶을 예정이어서 화섬업계는 물론 전 업종을 통틀어 가장 높은 임금인상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회사관계자는 “지속적인 구조조정과 2년간 임금동결 조치로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져 생산성 저하로 이어졌다”며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켜 생산성 향상을 기하고자 최고경영자가 대폭적인 임금인상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지난달 31일 임금협상 조인식에서 회사의 경영수지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각고의 노력에도 연말 목표 실적을 달성하지 못해 심각한 적자가 발생하면 내년도 임금을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또 생산지원부문 200명의 외주화를 반대하는 과정에서 3월5일 가입한 한국노총을 다시 탈퇴키로 했다. 이 회사 노조는 상급단체로 민주노총에 가입했으나 지난해 1월 현 집행부가 강경 일변도의 전임 집행부를 비판하며 민주노총을 탈퇴했었다.
노조 관계자는 “대내외의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15%의 임금인상을 단행한 사측의 결단을 환영한다”며 “경영진이 종업원을 믿고 파트너로 생각한다는 구체적인 신뢰를 준 만큼 생산성 향상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울산=김광수기자 ks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