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에 국회가 표면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하는 가운데 국회의원의 70%가량이 내심으로는 금연확산을 위한 담뱃값 인상에 찬성하고 있다는 설문결과가 나왔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는 지난 1∼4일 여야 국회의원 109명을 대상으로 금연정책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담뱃값 인상에 찬성하는 응답자가 67.6%에 이르렀다고 9일 밝혔다.
조사 결과 의원들은 우리나라 담뱃값 수준이 물가상승률 및 소득수준에 비해 낮게 책정돼 있다는데 66.1%가 동의를 표했고 담뱃값 인상이 흡연율을 낮추는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동의한 의원도 68.8%에 이르렀다.
적절한 담뱃값 수준으로 의원들은 4,500∼5,500원을 29.7%로 가장 많이 꼽았고 3,500∼4,500원이 18.9%이었으며 8,500원 이상이어야 한다는 의견도 17.6%에 달했다.
의원들의 이같은 견해는 현재 보건복지부의 담뱃값 인상 추진이 정치권의 반대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이다. 의원들은 서민경제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담뱃값 인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번 설문에 참여한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 10명 가운데 담뱃값 인상에 반대한 의원이 단 한명 뿐이었다는 사실 또한 담뱃값 인상을 둘러싼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간극을 보여주고 있다.
금연운동협의회 관계자는 "저소득층 건강 문제의 3분의 2는 흡연 탓"이라며 "저소득층의 흡연이 건강 문제와 직결돼 있는만큼 건강 형평성 제고를 위해서라도 과감한 담뱃값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