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바람에 '소프트패치' 우려 지방선거…김재록 게이트…경기 신호등 '빨간불'생산·소비·투자, 지난달 일제히 침체양상수출 둔화 경상수지 흑자 100억弗 아래로"공약남발등 지방선거 후유증 걱정" 목소리 김영기 기자 young@sed.co.kr 이철균 기자 fusioncj@sed.co.kr 파란색 경기 신호등이 불현듯 경계의 불빛으로 뒤바뀌었다. 체감경기는 그렇다 치고 그나마 호전되던 지표경기마저 고꾸라지는 기색이 역력하다. 무엇보다 소비침체가 심상치 않다. 수출둔화 속도마저 빨라져 경상수지 적자폭이 예사롭지 않다. 때마침 경제의 가장 큰 적(敵)인 정치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지방선거에 '김재록 게이트'까지…, 만만한 것이 없다. '정치발(發) 소프트패치(경기상승 기조 속 일시 하강)'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확산되는 양상이다. ◇생산ㆍ소비ㆍ투자, '트리플 침체'='2월 산업활동 동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지표는 소비다. 소비재판매는 지난해 동월보다 1.1% 느는 데 그친데다 전월 대비로는 0.2%가 감소해 1월(-4.4%)에 이어 두달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그렸다. 원인은 역시 고용부진이다. 신규 일자리가 40만명 이상은 만들어져야 하는데 지난해 고용은 29만9,000명에 그쳤다. 그나마 36시간 이상의 일자리는 0.3%밖에 늘지 않았다. 고용의 양과 질이 모두 좋지 않았으니 내수가 제대로 살아날 리 없다. 정부는 산업생산이 전년 동월보다 20.0%나 늘었다며 반색했다. 하지만 이는 올 2월의 조업일수가 23.5일로 설 연휴가 끼었던 지난해 같은 달의 20.9일보다 많아서다. 조업일수 변동을 제거하면 6.7%의 증가율로 지난해 12월(11.8%), 1월(12.2%)에 비해 오히려 둔화됐다. 특히 반도체(-6.4%), 자동차(-6.8%), 영상음향통신(-4.1%) 등 '빅3'의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설비투자 추계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2.3% 늘어나는 데 머물러 1월의 0.1% 증가에 이어 여전히 부진했다. 경기를 구성하는 '생산-소비-투자'의 3박자가 동시에 비틀거리니 경기 동행지수가 좋게 나올 리 만무하다. 3~4개월 후의 경기 흐름을 엿볼 수 있는 선행지수까지 10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을 보면 정말 개운치 않다. ◇경상수지 흑자 100억달러 밑돌 수도=2월 경상수지 적자는 예상됐던 부분이기는 하다. 그러나 적자의 폭과 내용이 문제다. 내수가 좋아져 수입이 늘어난다면 좋은 일이겠지만 지금은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업체의 채산성 악화로 상품수지 흑자폭이 너무 줄어 걱정이다. 지난달 상품수지 흑자는 8억6,000만달러로 3년 만에 최악이었다. 반면 해외여행, 특허권 사용 등으로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돈은 계속 늘고 있다. 지난달 서비스수지는 18억1,800만달러 적자로 지난해 10월 이후 4개월 연속으로 폭이 커졌다. 적자규모로는 지난해 8월(18억2,000만달러)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문제는 3월과 4월이다. 배당금 지급과 연초 환율이 급락했던 점을 감안하면 3월은 '잔인한 봄'으로 규정지어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당초 경상수지 흑자폭을 150억달러로 예측했다가 최근 100억달러 수준으로 낮췄다. 그러나 이대로 가다가는 삼성경제연구소의 전망치(32억달러)까지 내려앉을지 모를 판이다. ◇소프트패치 현실화하나=2월 한달 지표가 좋지 않게 나왔다고 소프트패치라고 단정짓는 것은 무리다. 적어도 2~3달은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둘러싼 환경들이 너무 좋지 않다. 주가와 환율 변수는 물론이고 유가까지 심상치 않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5월 인도분은 지난 28일 66.07달러로 2월6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더욱이 5ㆍ31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경제 전반이 정치 일정에 휘둘리고 있다. 손경식 상공회의소 회장은 "공약남발로 인한 경제부담 가중, 부동산 가격 상승, 공공요금 인상 등 선거 후유증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경기 전반의 틀을 다잡아볼 때가 된 것 같다. 입력시간 : 2006/03/29 16: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