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8개월만에 세계를 품다

김연아(16ㆍ군포 수리고)의 기록 행진이 놀랍다. 지난 3월 세계 주니어 피겨선수권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 금메달을 따내 팬들을 깜작 놀라게 만든 김연아는 불과 8개월여 만에 시니어 무대에서도 정상에 올라 또 한번 한국 피겨스케이팅 100년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세웠다. 19일(한국시간) 새벽 프랑스 파리에서 치러진 2006-200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4차 대회에서 김연아가 받은 총점은 184.54점. 지난 1차 대회 우승자인 일본의 안도 미키(177.44점)와 2차 대회 우승자인 캐나다의 조아니 로세트(151.52점), 1차 대회 준우승자인 미국의 키미 마이스너(158.03점) 등을 모두 크게 제친 점수였다. 올 시즌 치러진 4차례 그랑프리 점수를 모두 고려할 경우 1차에서 안도 미키가 받은 192.59점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점수로 김연아의 실력이 세계 정상급이라는 점이 입증된다. 김연아의 ‘스타탄생’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선수 본인의 치열한 노력과 함께 어머니 박미희씨의 지극한 보살핌과 코치진의 조언, 대한빙상경기연맹의 뒷바라지 등 4박자가 제대로 어우러져 나온 결과다. 이번 금메달은 특히 코치진과 상의한 작전의 승리였다. 지난 2차 대회에서 새로 연습한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으로 연기에 나섰지만 긴장과 체력 부족으로 아쉽게 동메달에 머물렀던 점을 감안, 고난도 기술을 연기 전면에 배치하는 ‘변칙작전’을 세웠던 것. 이 덕분에 김연아는 초반 총 13개의 과제 중에서 첫 번째 트리플-트리플 콤비네이션(연속 공중 3회전)을 깨끗하게 성공시킨 데 이어 더블 악셀(2회전반)-트리플 토루프(공중 3회전)콤비네이션과 고난도 레이백 스핀과 비엘만 스핀을 성공시키면서 관중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연기 후반 막판 공중 3회전 착지 동작에서 살짝 중심을 잃은 뒤 마지막 더블 악셀(공중 2회전반)에서 엉덩방아를 찧는 실수를 했으나 감점이 크지 않아 프리스케이팅 1위에 올라설 수 있었다. 한편 김연아는 2차 대회 3위에 이어 이번 대회 1위를 기록함에 따라 단 6명만 나갈 수 있는 올 시즌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12월ㆍ러시아) 출전 가능성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