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바다위 말레이시아 총리. 퇴진 압력 거세져

총선패배 집권당 내부 반발<br>마하티르 前총리도 사임촉구


지난 8일 개최된 총선 결과로 말레이시아가 격랑에 휩싸였다. 패배한 집권 통합말레이국민기구(UMNO)의 알둘라 바다위(사진) 총리가 사퇴를 일단 거부하고 제2기 내각을 꾸릴 것을 천명한 상황에서도 야당으로부터의 도전은 거세지고 있다. 집권당 내부에서의 반발이 크다. 지난 2003년 외환위기의 책임론 속에서 바다위를 후계자로 지명하고 물러난 바 있는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총리가 “자발적으로 사임하는 게 낫다”며 직접 바다위 총리를 겨냥하고 나섰다. 따라서 사실상 바다위의 사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강하다. UMNO 중심의 14개 정당연합인 국민전선(BN)은 이날 치러진 12대 총선에서 하원 222개 의석 가운데 138석을 차지하는 데 그쳐 독자적인 개헌을 위한 의결정족수이자 안정의석으로 분류되는 원내 3분의2(148석) 확보에 실패했다. 앞서 바다위 총리는 BN을 이끌고 2004년 치러진 11대 총선에서 219석 가운데 199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둔바 있어 이번 12대 총선에선 말 그대로 참패한 셈이다. 말레이시아가 195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후 지금까지 50년간 집권해온 BN이 3분의2 절대다수 의석 확보에 실패한 것은 1969년 총선 이후 39년만의 일이다. 당연히 선거결과에 대한 총리 책임론이 제기됐고 바다위 총리는 지도력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바다위의 정치적 스승인 마하티르가 사임을 촉구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바다위 총리는 아직까지 완강하다. 총리 사임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앞으로 누가 나에게 압력을 가할 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사임 불가 이유로 “내가 지금 사임할 경우 BN는 곧 권력투쟁에 휩쓸리고, 말레이시아의 정치ㆍ경제 안정이 크게 손상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의 권력투쟁은 이미 시작됐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현지언론들은 BN에 최악의 결과를 가져온 이번 총선실패의 주된 원인이 다수계의 말레이족 우대정책으로 빚어진 인종갈등 탓이라고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는 인구 2,700만명 가운데 말레이족이 60%를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중국계(29%)와 인도계(8%)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인도계는 영국의 식민통치 시절 말레이시아로 강제 이주된 노동자들의 후손이다. BN은 말레이계를 대표하는 정당들을 중심으로 꾸려진 연합체로, 그동안 노골적으로 말레이계 우대 정책을 펴왔다. 취업ㆍ교육ㆍ경제활동 등에서 소외된 중국계와 인도계의 불만은 갈수록 고조돼 지난해 11월에는 2만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여기에 바다위 총리 정부의 정책실패가 덧붙여졌다. 현지언론들은 ▲물가ㆍ실업률 상승 ▲장기집권에 따른 부패 ▲치안불안 등 불안요소가 말레이시아에 만연해 있다고 전하고 있다. 마하티르 전 총리 22년 장기집권에 염증을 느끼는 국민들의 불만을 바다위가 제대로 해소해주지 못하는 점도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한편 BN이 부정선거를 했다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선거기간 불거진 종족 갈등이 폭력사태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1969년에도 유혈폭동과 비상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쿠알라룸푸르의 한 외교 소식통은 이와 관련 “바다위는 정부 클린화 등 그동안 약속한 것을 실행하는 데 실패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 전했다.

관련기사



최수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