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초점> 충돌로 치닫는 이란 핵 사태

이란, 유엔에 '도전장' 던져… 美등과 대립 지속될 듯

이란의 핵 사태가 벼랑 끝으로 가고 있다.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24일 테헤란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우라늄 농축 중단 요구를 공식 거부했다. 유엔 안보리는 오는 28일까지 이란에 우라늄 농축 활동 중단을 촉구해 놓은 상태다. 따라서 유엔 안보리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저지하기 위한 후속 대책을 강구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란이 보여준 강경한 자세로 미뤄볼 때 미국을 주축으로 한 국제사회가 제재방안을 내놓더라도 이란이 굴복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유엔 안보리에 도전장 던진 이란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핵 문제와 관련해 언급한 것은 지난달 말 채택된 안보리 의장성명의 거부로 요약할 수 있다.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우라늄 농축중단을 촉구한 의장성명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농축은 핵 연료 생산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이란의 우라늄 농축이) 실험실 단계를 넘은 만큼 다음에는 산업생산 단계로 갈 것"이라고 명확히 밝혔다. 그는 또 안보리가 자국에 제재를 가하지 못할 것이라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그는 "우리에 반대하는 2∼3개 국가들이 그런 실수를 하지 않을 만큼 현명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란 핵 프로그램을 문제삼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을 겨냥한 뒤 "제재를 얘기하는 나라들은 더 큰 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아울러 서방권의 부당한 압력이 계속될 경우 핵무기비확산조약(NPT) 체제에서 물러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NPT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체제 안에서 핵 프로그램을 추진한다는 것이 이란 정부의 입장이지만 서방권이 이란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인정하지 않으면 이런 입장을 바꿀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미국의 입김에 따라 움직인다는 지적을 받아온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비판하면서 NPT가 가맹국에 인정하는 핵의 평화적 이용권이 보장돼야 함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대립 수위 계속 높아질 듯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이 구속력은 없지만 안보리 의장성명을 공식 거부함에 따라 미국과 영국 등 이란 핵프로그램 반대국들은 더 강력한 대응책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핵무기 획득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미국은 다음 단계로 구속력을 띠는 안보리 결의안 채택을 추진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물론 이 결의안에는 이란의 핵 활동 중단을 촉구하면서 이란이 결의안을 또 다시 거부할 경우 해외자산 동결과 금수조치 등 국제사회의 집단제재 가능성을 열어놓는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방안에는 이란과 에너지 분야에서 전략적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이 반대하고 있어 미국은 다른 돌파구를 찾을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미국이 안보리를 동원해 이란에 대한 외교적 압박공세를 강화해 NPT 탈퇴를 유도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날 자국의 핵 권리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 온다면 NPT에서 탈퇴할 수 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이란의 NPT 탈퇴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는 단계로 인식되고 있다. 이란이 NPT에서 빠져나가면 NPT 가맹국으로서 지켜야 할 핵안전조치 협정도 자동적으로 파기돼 이란으로서는 IAEA 사찰을 받을 의무가 사라져 핵 프로그램을 마음대로 추진할 수 있다. 그러나 특정국의 NPT 탈퇴가 세계평화에 위협을 준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안보리주도의 제재가 실행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 때문에 이란이 NPT에서 벗어나게 되면 중국이나 러시아가 제재를 거부할 명분이 약해질 수 밖에 없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란 핵 개발을 막으려는 미국의 의도대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각종 제재조치가 이란의 핵 개발 의지를 꺾을 정도의 효과를 낼 여지가 많지않아 궁극적으로는 이란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군사공격이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가팽배한 상황이다. 미국의 군사공격 가능성에 대해 이란은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있다. 모스타파 모함마드 나자르 이란 국방장관은 이날 1980년 테헤란 주재 미 대사관인질 구출 작전이 실패했던 사례를 거론하며 미국이 자국 핵 시설에 대한 군사공격을 강행하면 굴욕적인 패배를 맛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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