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이 외환은행 인수에 대한 이사회 승인을 마치면서 지난해 말부터 국내 금융계의 핫 이슈였던 외환은행 인수 전이 사실상마무리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외국계 펀드의 엄청난 매각 차익, 국내외 대형 금융사들의 경쟁구도, 과거 매각과정에서의 의혹 등으로 그야말로 금융권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던 외환은행 인수전은 그만큼 뒷이야기도 무성했다.
다만 국민은행은 감사원.검찰 조사 등 정부 당국의 승인을 전제로 대금을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어 최종 인수를 속단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 록업 해제후 6개월간 '혈전'
외환은행 인수전은 이미 지난해초부터 서서히 열기를 띠기 시작했으나 공식적인출발선은 지난해 11월1일 대주주 론스타의 '지분매각 제한(Lock-up)'이 해제된 이후부터다.
하나은행 김종열 행장이 기자 간담회에서 인수 추진을 선언하면서 기선 제압에나선 직후 국민은행 강정원 행장도 취임 1주년 기념 기자간담회 자리를 빌려 인수전참여를 선언했다.
두 은행은 서로의 강점을 내세우며 한치의 양보없는 경쟁을 펼쳤으며 때때로 지나친 신경전으로 외환은행의 가격을 높여 '론스타 배불리기'를 돕고 있다는 비난을받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수제안서 제출 마감 직전에 싱가포르의 DBS가 전격적으로 외환은행 독자 인수를 선언하고 나섬으로써 인수전은 3파전으로 변했지만 금융감독위원회의 제동으로 중도 탈락했다.
◇ 국민-하나 경쟁속 정치권도 나서 이후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극한 경쟁을 전개했다.
양측은 인수추진 사항에 대한 비밀을 유지하겠다는 내용의 비밀유지약정서(CA)를 매각주간사인 씨티그룹에 제출한 이후에도 언론과 여론주도층에 자사의 장점과경쟁자의 약점을 주장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두 은행은 언론계와 정치권 인사들은 물론이고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을 접촉,인수의 당위성을 홍보했다는 후문이다.
정치권과 노동계 등도 외환은행 인수전을 예의주시했다.
2월에 국회 재정경제위원회는 지난 2003년 외환은행 매각 과정의 의혹을 풀어야한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으며, 한나라당 등 야(野) 4당은 외환은행 매각중단 촉구 결의안을 재경위에 제출하기도 했다.
감사원도 같은 사안을 두고 감사에 착수했으며 투기자본감시센터 등 시민단체와노동계에서도 과거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한 의혹과 론스타의 '먹튀' 가능성에 대한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이 가운데 국민은행은 주당 1만5천400원의 가격을 써내 3월22일 외환은행 인수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 본계약과 최종계약 '따로' 국민은행은 3월말부터 우선협상대상자의 권한으로 외환은행에 대한 정밀실사에착수했다.
외환은행 노동조합의 실사 협조 거부로 일부 어려움이 있었지만 실사는 비교적큰 탈 없이 진행됐다.
문제는 여론이었다.
탈세 및 외환도피, 2003년 외환은행 불법 매각과정에서의 간여 여부 등 다양한혐의의 초점이 되고 있는 론스타의 한국 탈출을 국민은행이 돕는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국민은행은 이에 따라 론스타와 검찰.감사원 조사 등 정부 승인 이후에 대금을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적어도 론스타의 '먹튀'에 대한 의혹이 풀린 후에 모든 계약이 마무리된다는 점을 명시함으로서 대의명분을 확보한 것이다.
론스타 역시 새로운 조항 삽입에 동의, 현재 제기되고 있는 각종 의혹에 대해자신있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국민은행 이사회는 이 같은 전제하에 인수계약을 승인했으며 조만간 본계약을체결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