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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현대미술에 이어 세계 미술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인도 현대 미술. 인도 경매회사 오시안에 따르면 지난 2년새 소더비ㆍ크리스티 등 국제 시장에서 인도 작가의 작품 가격이 무려 14배 이상 뛰었다. 작품가격이 100만 달러가 넘는 작가들을 의미하는 '밀리언달러 클럽' 작가도 수보드 굽타 등 10여명이 넘는다. 인도 미술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세계 4대 문명발상지로서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수많은 인종과 300개 언어가 공존하는 다문화적인 지역색을 국제적인 언어로 풀어내는 감각이 뛰어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리의 감성에는 아직 낯설게 느껴지는 인도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부산 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아라라오 갤러리와 부산시립미술관이 공동으로 기획한 이번 전시는 지난해 베이징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먼저 선보여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종교적 분쟁, 계층간의 갈등, 빈곤 등 인도를 아우를 수 있는 의미를 담은 '배고픈 신(神)'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최근 세계 미술시장에서 이른바 '블루칩'이라고 불리는 아툴 도디야, 수보드 굽타, 날리니 말리니, 랑비르 칼레카 등 12명의 작품 50여점이 소개된다. 지난해 11월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한국과 인도의 미술 교류전인 '혼성풍전'이 회화 중심이었다면, 이번 전시는 설치와 비디오 작품 중심으로 구성돼있다. 작품의 소재는 종교적이고 제의적인 의미와 종교적 갈등으로 빚어지는 전쟁과 테러 그리고 문맹과 기아 등 소외된 도시의 시민 등으로 구분된다. 최근 크리스티와 소더비 경매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아툴 도디야는 버려진 신상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해석한 '감옥문'연작을 선보인다. 수보드 굽타의 '탐욕스러운 신에게 바치는 다섯가지 제물'은 스테인레스 스틸로 만든 거대한 설치작품으로 가장 인도적이면서도 세계적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사회적인 계급을 불문하고 모든 사람들이 매일 쓰는 그릇의 재료인 스테인레스 스틸을 통해 인도 사회를 표현했다. 지타쉬 칼라트의 '에루다'는 인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난한 거리의 소년을 묘사한 조각으로 문맹과 기아 등 인도가 안고 있는 사회적 문제를 예술로 승화시켰다. 회화와 비디오를 결합해 제 3의 언어를 창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랑비르 칼레카의 '횡단(Crossings)'은 정교하고 완성도가 높아 인도에서 가장 전시를 많이 했던 작품으로 손꼽힌다. 김창일 아라리오 갤러리 대표는 "우리 작가들에게는 한국적 색깔을 세계적인 감각으로 풀어내는 노하우를 얻어낼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전시"라고 말했다. 전시는 2월 19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