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운하 서두르는 이유는…

대선 압승통해 정당성 확보…임기내 성과도출 강한 의지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 추진 행보가 심상치 않다.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이명박 당선인측, 그리고 건설교통부 등 관련 실무부처에서 나타나고 있는 움직임은 국민들의 예상보다 몇보 앞서 있다.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절반 이상이 ‘재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음에도 당선인 측이 대운하 건설을 이처럼 서두르는 이유는 뭘까. 일단 당선인 측으로서는 이미 대선 압승을 통해 대운하의 정당성을 확보했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대운하 건설이 당선인의 핵심공약인 만큼 50%에 가까운 대선 지지율로 굳이 논의를 ‘0’ 베이스로 되돌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인수위 한반도대운하TF 상임고문인 이재오 의원은 2일 “대운하는 할 것이냐, 안할 것이냐는 문제가 아니다. 공약에 대해 국민들이 이미 선택한 것이니까 바로 시작하는 것”이라고 사업추진을 기정 사실화했다. 오는 2월 초로 예정된 한국개발연구원(KDI), 국토연구원 주최 토론회 역시 의견수렴을 통해 새로운 정책결정을 내리는 취지보다는 당선인 측의 개발 정당성 설득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기획조정분과의 박형준 위원은 “모든 일을 국민적 합의 속에서 추진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고 대운하 역시 마찬가지”라면서도 “새로운 문제가 제기되면 충분히 검토하겠지만 이제는 공약이 아니라 실천할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당선인 측이 이처럼 대운하 건설에 ‘올인’하는 이유는 단순히 대운하 건설 자체뿐 아니라 당선인의 경제ㆍ사회 부문 공약과 맞물려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선인 측은 대운하 건설로 1차적인 물류난 해소 효과 외에 건설경기 확대, 일자리 창출 등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 7% 경제성장이라는 목표 역시 대운하 건설을 배제하고는 어렵다는 판단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선인 측의 이 같은 행보는 참여정부 초기의 움직임과 비슷해 눈길을 모은다. 참여정부가 집권 초부터 상당한 반대논리에도 불구하고 핵심공약이었던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와 함께 대운하 사업에 대해 임기 내에 성과를 보여 효과로 검증받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아직 국민적 합의가 도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사업 추진을 강행할 경우 참여정부의 ‘행정수도 이전’을 되풀이할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결국 청와대 등의 이전이 빠진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로 축소된 것처럼 대운하 역시 오히려 국론 분열의 단초만 제공하는 악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엄형철 환경운동연합 국토생태본부처장은 “대운하를 추진하려면 우선 환경 등 각종 영향평가와 문화재 관련 조사를 거쳐야 한다”며 “대운하 계획을 국민 앞에 내놓고 토론을 거친 뒤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감한 시기에 찬반논란이 있는 운하사업을 서두르는 것에 대해 정치적인 해석도 뒤따른다. 새 정부 임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지역발전공약으로서 폭발력 있는 운하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 자체가 4월 총선을 겨냥하고 이른바 ‘이명박특검법’ 관련 특검수사를 ‘물타기’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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