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안전한 식탁을 원한다

한동안 잠잠하다 싶더니 아니나 다를까 또다시 먹거리 파동이 불거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시중에 유통중인 녹차 29개 제품(국산 11개, 수입산 18개)을 수거해 잔류 농약 47종에 대해 검사를 벌인 결과 동서식품의 동서가루녹차와 동원F&B의 가루 녹차 제품에서 독성 농약이 검출됐다. 녹차는 최근 몇 년새 웰빙 열풍을 대표하는 식품으로 인식돼왔던 터라 소비자들의 불안은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 올들어 녹차를 비롯한 차음료가 젊은 여성층을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여름 성수기를 맞은 녹차음료 매출은 고공 행진중이었다. 녹차의 인기는 음료를 넘어 빵ㆍ과자 등 식품, 생활용품, 화장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약방의 감초’ 같은 웰빙 소재로 활용됐다. 식약청은 해당 제품 수거 및 폐기조치 처분을 내렸지만 소비자들이 그동안 쌓아왔던 녹차에 대한 애정이 이번 파동을 계기로 녹차 제품 전반에 대한 배신감으로 확산되지 않을까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차는 일본이나 중국이 물론 유명하지만 우리나라 녹차도 한국을 대표하는 먹거리로 서서히 자리잡아가는 것이 현실이다. 스타벅스는 한국 직원이 제안해 개발한 녹차음료 ‘그린티라떼’를 현재 아시아와 미국ㆍ캐나다 등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미국의 도넛 브랜드 크리스피크림도 한국적 특색을 살린 녹차라떼와 녹차프로즌 블렌드를 아시아는 물론 유럽ㆍ호주 등으로 전파하고 있다. 요즘 국내 시장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혼합차 음료인 남양유업의 ‘17차’나 광동제약의 ‘광동 옥수수수염차’도 미국이나 일본 시장에 수출, 호응을 얻고 있다. 한류 바람에 힘입어 김치ㆍ비빔밥ㆍ장류 등 우리 먹거리도 해외 시장에서 우리만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시점에 기업들의 관리 소홀이나 안전한 식탁에 대한 불감증이 몰고올 수 있는 예상밖의 후유증이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국내 유통 매장에서는 일본산 식품을 즐겨먹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일본식품을 선호하는 이유에 한결같이 “맛도 맛이지만 일본인들은 먹는 걸로 장난치지 않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건강을 위협하는 각종 유해물질을 함유한 중국산 제품이 범람하면서 “미국 매장에서도 인증 받은 유기농 제품과 원산지 표시가 돼 있는 제품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소비가 움직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녹차를 비롯한 우리 전통 식품을 제조하는 기업들은 보다 사명감을 갖고 되새겨봐야 할 대목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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