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이 그룹 구조조정과 동부제강 등의 대규모 투자재원 마련을 위해 웨이퍼 제조업체인 실트론 지분을 매각한다. 동부제강ㆍ동부건설ㆍ동부화재ㆍ동부생명 등 동부그룹 계열사들이 보유 중인 실트론 지분 49%를 매각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최근 JP모건을 매각 주간사로 선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주간사인 JP모건은 국내외 인수희망업체들에 투자제안서를 발송한 뒤 이른 시일 내에 우선협상대상자를 확정하는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13일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동부그룹이 구조조정 차원에서 실트론 보유지분 49%를 시장에 내놓았다”며 “실트론 매각 추진을 시작으로 그룹 구조를 혁신하는 작업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는 실트론 지분 매각의 첫 단계”라며 “아직 매각가격과 인수 후보군 등의 윤곽이 알려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동부그룹 관계자 역시 “실트론 지분 매각이 추진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실트론의 1대주주인 ㈜LG 측은 동부그룹의 실트론 지분 매각에 대해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동부그룹이 실트론 지분 매각에 나선 것은 그룹의 명운을 걸고 있는 동부제강의 전기로 사업용 자금 확보 때문이다. 동부제강은 지난 7월 ‘쇳물 독립’을 기치로 충남 당진에 250만톤 규모의 전기로(전기를 이용해 고철을 녹여 쇳물을 생산하는 용광로) 신설 계획을 발표하고 오는 2009년 6월 가동을 목표로 투자를 진행 중이다. 동부제강은 전기로에 투입되는 6,200억원 중 5,000억원은 시설투자자금으로 산업은행에서 차입하고 나머지 1,200억원은 이번 실트론 지분 매각 자금 등으로 자체 조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부그룹이 전기로 설립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냉연업체인 동부제강이 전기로를 통해 열연코일(핫코일)을 안정적으로 확보, 여타 냉연업체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다. 동부제강의 한 관계자는 “전기로에서 열연코일을 공급하면 최소 8.5%의 영업이익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동부제강은 냉연업체의 호황기에도 원료가격에 대한 부담으로 영업이익률이 6%에 불과했다. 실트론은 ㈜LG가 51.0%(341만8,141주)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동부그룹은 동부제강 32.1%(215만주)를 비롯, 동부건설 5.9%, 동부화재 4.9%, 동부생명 2.7%, 동부정밀화학 2.0%, 동부하이텍 0.9%, 김준기 회장 0.5% 등 총 49%(329만4,194주)를 갖고 있다. 이 회사는 LG필립스LCD 아시아태평양본부장 출신인 박영용 사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이천과 구미에 4개의 웨이퍼공장이 있다. 지난 90년 럭키소재가 동부전자통신(옛 코실)의 경영권을 인수하고 ㈜실트론으로 상호 변경하면서 현재의 지분구조가 됐다. 세계 실리콘 웨이퍼시장의 6%를 점유하고 있는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액 5,905억원과 영업이익 1,002억원, 순이익 854억원을 기록했으며 올 들어 실리콘 웨이퍼 가격 상승으로 실적이 대폭 호전됐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실트론의 지난해 주당순이익은 1만2,736원으로 이를 반영한 지분가치는 42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실트론은 최근 상장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업계의 관심을 모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