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세가 이틀 연속 이어지면서 사흘만의 증시 반등 시도가 무산됐다.
14일 장 마감 결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3.27포인트(0.27%) 떨어진 1,190.17을 기록했다.
이날 지수는 8.89포인트 오른 1,202.33으로 출발한 뒤 오름폭을 키워 오전 10시20분께 1,206선까지 상승했으나, 이후 외국인의 매도 규모가 늘고 기관마저 매도우위로 돌아서면서 결국 오전 11시께 하락 반전했다.
전날에 이어 외국인과 프로그램의 차익실현 물량을 개인 투자자가 받아내는 식의 수급 상황이 재현됐다.
외국인은 무려 16일째 '팔자' 공세에 나서 1천784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기관역시 710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였다. 특히 프로그램 차익거래를 통해 2천억원의 순매도가 이뤄졌다.
삼성전자.기업은행.신한지주 등이 외국계증권사 창구의 순매도 종목 상위 1~4위에 오르는 등, 최근 주가 급등을 이끌었던 금융과 IT 업종에 대한 외국인들의 차익실현이 계속됐다.
또 프로그램 매도는 선물시장에서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1천300계약, 2천426계약 동반 매도에 나서면서 베이시스가 백워데이션(현물이 선물보다 비싼 상태)으로돌아선데 따른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그동안 증시 랠리를 이끌었던 실적 및 경기에 대한 기대심리와 실제 결과 사이의 '괴리'가 조정의 배경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미국 경제와 증시에 대한 우려도 외국인의 매도와 투자 심리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황창중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번 주 발표된 LG필립스LCD, POSCO, 삼성전자 등의 실적이 예상 수준에 부합했으나, 이들의 실적이 예상치를 뛰어넘어 증시가 추가 상승에 나설 것으로 기대했던 투자자들은 이에 만족하지 못할 수 있다"고말했다.
그는 "이번 실적 발표 시기 중 놀랄 만큼 좋은 실적이 이어지지 않으면 '기대'와 '실제' 사이 간격을 메우려는 조정 국면이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홍춘욱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증시는 지난 8월 고점을 찍고 조정을 받고 있는데 비해 최근까지 국내 증시는 국내 경기 회복 기대와 유동성 등에 힘입어강세를 이어왔다"면서 "그러나 국내투자자의 수요가 주춤한 가운데 다시 외국인 매매와 미국 증시 동향에 국내 증시가 연동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 팀장은 이어 미국 증시와 관련, "11월초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급격한 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데다, 오늘 발표될 소비물가지수 등의 경제지표도 썩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분간 미국 증시의 약세가 이어질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아직 국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살아있고 풍부한 국내 유동성 등이 훼손되지 않은 만큼 다시 강세 기조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우리투자증권 황 팀장은 "단기적으로 1,170~1,180선에서 지지선이 형성될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경기는 회복세가 점차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고, 미국 역시 불확실성은 존재하나 경기 급랭의 가능성이 작으므로 한국과 미국 증시는 실적 시즌 이후반등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우증권은 이날 "새로운 악재만 더해지지 않는다면 낙폭 과대에 따른 미국 증시의 반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기술적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