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6월 29일] 휴대폰 없는 하루

"Watson, come here, I want you." 지난 1876년 스코틀랜드 과학자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전화기를 발명할 당시 옆방에 있는 조수 왓슨에게 세계 최초로 전화기에 대고 한 말이다. 멀리 떨어진 사람들과 교류하기를 원했던 인간의 욕구로 마침내 최초의 전화기가 탄생한 것이다. 그로부터 130여년이 지난 지금 이제 전화기는 단순한 음성통화의 도구만이 아니다. 언제든 사람들과 연락을 취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인터넷 검색도 할 수 있고 옛날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법한 증강현실(增强現實)도 경험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 대비 휴대폰 가입자 수가 100.4%에 이른다고 하니 바야흐로 우리는 모바일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요즘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그런 편리함을 '이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이용해야만 하는 것' 같은 불안과 압박감을 느끼는 것을 종종 본다. 몇 해 전 한 대학병원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3분의1이 휴대폰이 없을 때 불안감을 느낀다고 한다. 60%는 벨이 오랫동안 울리지 않고 있을 때 문자 메시지나 통화가 와 있을 것으로 착각해본 경험이 있다고 한다. 최근 스마트폰의 등장은 또 다른 차원의 스트레스와 불안을 주고 있다. 첨단기술에 뒤처지는 것이 두렵고 잘 사용하는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정신적으로 불안정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증상을 미국 심리학자 크레이그 브로드는 '테크노스트레스 증후군'이라고 이름 붙였다. 실제로 요즘 회사에서 스마트폰을 지급받거나 유행을 따라 최첨단 스마트폰을 장만한 사람들 가운데 이를 어떻게 사용할지 몰라 초조해하고 답답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을 위한 '스마트폰 사용법 강좌'도 있다고 하니 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한둘은 아닌 것 같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가장 큰 이유로 '외로움'과 '기술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꼽는다. 최근 사회가 핵가족화ㆍ개인화되고 누군가에게 의존하려는 성향이 강해지면서 대인관계에 대한 불안감과 소외감이 커지고 새로운 기술과 제품의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휴대폰 자체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새로운 정보기술(IT)을 잘 활용하지 못해 뒤처질까 불안해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이럴 때일수록 활발하게 사회활동에 참여해 심적 안정감을 쌓는 것이 중요하며 한걸음 물러나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여유 있는 자세 또한 필요하다. 휴대폰이 아무리 스마트해지고 현대 사회인의 필수품이 됐지만 어디까지나 사람의 업무나 일상을 도와주는 도구일 뿐이다. 쫓아가고 길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즐기고 길들이는 대상이 돼야 한다. 자 그렇다면, 오늘 하루 휴대폰 없이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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