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환경과 경제의 조화

얼마 전 흥미로운 통계를 접한 적이 있다. 미국 스탠포드 의대의 필립 하터(Philip M Harter) 박사가 지구를 인구 100명이 사는 작은 마을로 축소시켜 비유한 자료이다. 마을사람 중 20명은 영양실조, 1명은 굶어 죽기 직전이며, 17명은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마시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자원의 유한성, 기하급수적인 인구증가, 환경오염 등으로 인해 인류의 지속적 삶이 위협받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바야흐로 '인류의 지속 가능한 삶'이 21세기의 중요한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 70년대 초부터 인류생존의 위기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어왔지만 90년대 들어 이러한 노력이 구체성을 띠게 됐다. 지난달 말 뉴델리에서 개최된 기후변화협약 제8차 당사 국총회와 전세계 194개국 정부 대표들이 참가한 가운데 최근 요하네스버그에서 개최됐던 지속가능발전 세계정상회의(WSSD) 등이 바로 그 대표적인 노력들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큰 걸음을 내디딜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일련의 회의들이 아직까지는 별다른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일련의 회의가 세계 각국의 이해당사자들로부터 초미의 관심을 모았음에도 불구하고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까닭은 '지속가능한 삶' 문제를 지나치게 환경논리에 치우쳐 해결하려 했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경제와 환경의 균형 있는 해결방안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에 많은 이해당사국, 이해당사기업들의 동조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삶은 빈곤퇴치, 적절한 인구정책, 환경보전, 경제발전 등 삶의 질을 개선하고자 하는 많은 과제들과 연관돼 있다. 따라서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와 WSSD를 환경회의가 아닌 '인류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경제회의로 바라봐야 한다. 식량증대, 빈곤퇴치, 인구증가 억제 등 삶과 관련된 모든 문제는 환경논리로만 풀어나갈 수는 없다. 물론 더이상의 환경파괴를 방지하고 피폐해진 지구환경을 복원함으로써 이러한 문제들을 개선시킬 수 있겠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결국 가능한 한 이른 시간 내에 효과적으로 인류의 지속가능한 삶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은 '경제'와 '환경'의 조화를 통해 이해당사자들의 합의를 도출해내는 것이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후변화협약과 WSSD 등의 중요한 이해당사자인 산업계의 관심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사실 인류의 지속가능한 삶이 위협받게 된 역사적 책임은 주요 선진국들이 가장 크지만 작금의 상황은 이를 간과한 채 각종 협약과 협정ㆍ규제 등만 양산해 그 책임을 전세계적으로 확산시키려는 양상을 띠고 있다. 지속가능한 삶에 대한 문제를 책임과 규제차원에서 접근하면 규제를 받는 주체들은 수동적으로 이를 회피하려고만 하게 된다. 따라서 새로운 협약의 제정ㆍ규제강화 등을 통해 기업활동을 위축시키기보다는 기업들이 국제규제를 정면으로 헤쳐나갈 수 있는 기업지원체제 구축이 우선 추진돼야 한다. 기업들이 환경규제를 회피하고 지속가능한 삶에 대한 참여에서 멀어지게 할 것이 아니라 규제와 지원체제를 시장논리에 따라 적절히 병행함으로써 참여의욕을 북돋워야 한다. 규제와 지원이 균형을 이루지 못할 때 기업의 관심과 참여는 냉랭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류의 지속적인 삶을 위한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서 이에 대한 노력이 멈추어져서는 결코 안된다. 발전적인 방안을 도출해내기 위해서는 그간의 논의과정에서 과연 어떠한 성과와 합의가 있었는지 돌아봐야 한다. 과연 무엇을 했고,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모색해야 한다. 또 기업의 환경에 대한 책임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인류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기업의 역할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앞으로 각종 환경협의에서 전세계 각국 정부대표단과 참가 관계자들이 환경논리로만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시각에서 벗어나 경제논리로 풀 수 있는 부분은 경제논리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인류의 지속가능한 삶의 실현이 앞당겨지기를 기대해 본다. /김효성<대한상의 상근부회장>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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