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기자의 눈/8월 3일] 한국형 장수기업의 충분조건

성장기업부 김흥록기자

“나름 30년간 한우물만 파다보니 제품 경쟁력은 세계 최고수준에 올랐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익성이나 성장속도는 사실상 거래 대기업의 정책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습니다.”

올해 창업 30년을 맞은 부품소재업체 A사의 한 임원은 기자를 만나 회사 경영에 대해 이렇게 솔직한 얘기를 들려줬다. 대외적으론 창업 30년을 넘어 100년 기업을 꿈꾸고 있다고 그럴싸한 얘기를 하지만 지금과 같은 대기업과의 거래관계에서는 미래의 성장을 낙관할 수만 없다는 고민을 느낄 수 있었다.


서울경제 창간 50주년을 맞아 국내 장수기업을 두루 찾아보는 과정에서 기자는 장수기업들이 산업계에서 갖는 뚜렷한 존재감을 새삼 확인했다. 50년을 넘은 장수기업의 매출은 평균 8,800억원. 직원수도 711명에 이른다. 보이지 않는 사회문화적 가치를 제외하더라도 장수기업들이 단지 겹겹이 세월만 쌓인 회사가 아니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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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50년을 넘긴 기업이 1,000개를 넘지 못한다는 사실은 안타까울 따름이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100년 이상의 기업만 5만개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는 얘기다.

국내 장수기업이 아직 적은 이유중의 하나는 A사의 고민처럼 거래 대기업과의 관계문제도 분명 존재한다. 안정단계에 접어든 20~30년차 기업 경영진의 고민이 5년차 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의 고민과 같다는 것은 우리의 산업생태계가 장수기업 탄생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반증일 테다.

물론 장수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시장개척과 기술개발, 노사안정 등 기업내부적 생존전략도 중요하지만 기업 외부 요인도 절대적이다. 이웃 일본은 일찍부터 장수기업 육성을 위해 중소기업간의 긴밀한 협업시스템과 함께 대-중소기업간 분업관계를 탄탄하게 쌓아왔다.

다행히 최근 정부는 대-중소기업의 하도급거래와 인력ㆍ기술협력 등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는 국가 전체의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것이자 뿌리깊은 장수기업 탄생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다. 장기적이고도 실질적인 정책 지원이 미래의 튼실한 열매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ro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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