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경상수지가 올 들어 가장 많은 흑자를 냈다. 덕분에 보합세의 올해 누적 흑자 규모도 확실한 플러스 상태로 올라섰다. 하지만 유가 급등세가 지속되고 달러 약세와 맞물려 글로벌 성장세가 둔화될 조짐이 커 연말은 물론 내년 상반기에도 흑자 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중 국제수지 동향(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경상수지는 올 들어 최대 규모인 24억2,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5월 이후 5개월 연속 흑자 행진으로 8월보다 18억5,000만달러 증가했다. 이로써 9월까지 경상수지 흑자 누계는 29억2,000만달러로 집계돼 올해 한 해 흑자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럴 경우 경상수지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부터 올해까지 10년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게 된다. 하지만 유가 급등세가 심각하고 환율 급락으로 수출마저 어려움을 겪고 있어 지나친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당초 4ㆍ4분기에 경상수지 흑자를 예상했지만 유가가 워낙 불안하고 세계 경제 둔화 조짐도 엿보이고 있어 흑자폭이 상당 부분 줄어들 수 있다”며 “상황이 심각할 경우 경상수지는 균형 수준으로 밀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경상수지 흑자가 급증한 것은 수출 활로가 확대되면서 상품수지 흑자가 올 들어 최대 규모를 이뤄낸 반면 만성 적자인 서비스수지 적자는 축소됐기 때문이다. 상품수지 내용을 보면 추석연휴의 영향으로 수출입 모두 절대 규모가 전월보다 줄었으나 미국ㆍ일본 등에서 중국, 중남미, 유럽연합(EU) 등으로 수출지역을 다변화하는 등 거래시장이 커짐에 따라 흑자 규모가 8월보다 9억4,000만달러 늘어난 38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서비스수지는 전월보다 적자 규모가 6억9,000만달러 줄어든 17억5,000만달러를 보였다. 한편 자본수지는 은행 부문의 해외 차입 상환과 외국인의 직접투자 회수로 10년 만에 최대치인 35억6,000만달러의 순유출을 기록했다. 자본수지 순유출 규모가 커진 것은 한은이 외환시장의 과도한 쏠림현상을 막기 위해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외환스와프 시장에 개입을 단행했고 당국의 창구지도와 각종 규제 등으로 예금은행들이 해외 단기차입을 대거 상환한 데 따른 효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