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소니, 외국인 CEO내정…자존심 '와르르'

극심한 경영난 타개위해 경영진 전격 교체<BR>이데이회장 후임에 英출신 스트링거 임명

후임으로 내정된 하워드 스트링거


‘일본의 자존심’이 무너졌다. 일본의 전자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인 소니가 극심한 경영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현 경영진을 퇴진시키고 일본 주요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외국인 최고 경영자(CEO)’를 내정했다. 7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와 뉴욕타임스(NYT), CNN머니 등 외신들에 따르면 소니는 이날 긴급 이사회를 개최해 이데이 노부유키(出井伸之ㆍ67) 회장 겸 그룹 최고경영책임자(CEO)와 안도 구니타케(安藤國威ㆍ63) 사장을 퇴임시키기로 결정했다. 이데이 회장은 지난 2000년 그룹 최고 경영자 자리에 오른 지 5년만에 물러나게 됐다. 후임으로 내정된 하워드 스트링거(63) 부회장 겸 소니 미국법인 사장과 추바치 료지(中鉢良治ㆍ57) 부사장은 오는 6월 정기 주주총회 후에 열릴 이사회에서 정식 임명될 예정이다. 스트링거 부회장이 신임 회장으로 선출되면 소니는 물론, 일본 주요기업중 처음으로 일본인이 아닌 외국인이 최고 경영자의 자리에 오르게 되는 것이어서 초미의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일본 전자업계에 외국인 CEO 등장은 일본의 전자산업 기술과 기업이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 ‘사건’이어서 세계 전자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하지만 소니의 입장에서 볼 때 최근의 경영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분석된다. 소니는 최근 들어 TV와 휴대용 오디오제품 등 주력제품에서 경쟁사의 강력한 도전에 시달리며 최근 극심한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TV에서는 삼성전자 등 경쟁사들의 평면 디스플레이 제품에 밀리고 있고, MP3플레이어 분야에서도 애플에게 완전히 시장을 잠식당한 상태다. 실제로 소니는 지난해 10~12월 3개월간의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나 감소했고 영업이익 증가율은 1.5%까지 떨어졌다. 삼성전자 등의 증가율 3.5%와 비교할 때 절반에도 못미치는 극히 초라한 성적표다. 이에 따라 그룹 안팎에서 이데이 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의문을 잇따라 제기했고, 심지어 최근에는 사외이사들도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표명하는 등 퇴진압력을 가해 왔다. 한편 신임회장으로 선출될 예정인 스트링거 부회장은 영국 웨일즈 태생으로 미국 3대 네트워크의 하나인 CBS에서 일해왔으며 지난 98년 소니 미국법인 사장으로 취임했다. 영화, 음악 등 엔터테인먼트 부문 책임자로 작년 미국 영화회사 MGM 인수를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또 추바치 부사장은 기술자 출신으로 소니의 전자부품과 제조부문을 맡으면서 반도체를 포함, 기간부품을 강화한 음향ㆍ영상(AV)제품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해 전자부문을 주력으로 하는 소니에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리차드 도허티 인비저니어링그룹 리서치센터장은 “기업과 기술에 대해 스트링거처럼 완벽히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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