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IT업계 'M&A 열풍'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스마트폰ㆍ모바일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애플과 구글은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모바일칩, 애플리케이션, 온라인 광고, 사무용 프로그램 등으로 인수범위를 확대하며 곳곳에서 혈전을 벌이고 있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애플과 구글이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스마트폰ㆍ모바일 부문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는 IT업체를 잇따라 사들이고 있다"면서 "최후의 승자로 살아남기 위한 인수전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CNN머니에 따르면 애플과 구글의 현금보유액은 각각 232억달러, 265억달러에 달한다. 애플은 최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업체인 시리(Siri)를 인수하기로 했다. 시리는 음성인식ㆍ웹검색 기술에 강점을 갖고 있다. 애플은 이번 인수로 모바일 검색 서비스가 한층 강화돼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의 구글 검색 의존도가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의 '모바일 앱' 음성검색 서비스 등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이자 적극적인 도전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애플은 또 지난해 모바일 광고업체인 쿼트로와이어리스를 인수한 데 이어 모바일칩 설계기업인 인트린시티도 사들였다. 인트린시티는 차기 아이패드 개발을 위한 의도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맞서 구글은 애플의 태블릿PC, 아이패드와 같은 모바일기기에서 자사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가 효율적으로 운용되도록 전용 칩을 개발하기 위해 칩 설계업체인 '애그니럭스'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OS가 모바일기기에서 효율적으로 운용되고 배터리 성능도 최대한 향상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으나 애플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구글은 이외에도 위젯 개발업체인 랩픽시즈를 인수했다. 랩픽시즈는 안드로이드 등 다양한 모바일 플랫폼 기반의 위젯을 개발하고 있다. 구글은 또 디스플레이 광고 전문업체인 더블클릭에 이어 최근 모바일 광고업체 애드몹까지 손아귀에 넣는 등 애플과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세계 최대 컴퓨터 제조업체인 미국 휴렛패커드(HP)도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팜을 인수하기로 했다. HP는 지난달 28일 스마트폰 시장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 팜을 12억달러에 인수하기로 결정하고 오는 7월 말까지 인수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팜 인수로 HP는 웹OS뿐 아니라 1,600개 이상의 모바일 관련 기술을 확보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HP가 팜 인수를 계기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시장에 적극 진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HP는 태블릿PC '슬레이트'를 올 하반기에 출시할 계획이다. HP는 앞으로 모바일 컴퓨팅 기기에 웹OS를 탑재해 애플ㆍ구글ㆍ마이크로소프트 등 OS를 갖춘 기업들과 정면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HP뿐 아니라 레노버ㆍ델 등 PC업체들이 잇달아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고 있어 휴대폰과 PC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IBM의 PC사업 부문을 인수해 세계 4위 PC업체로 급부상한 중국 레노버가 스마트폰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고 세계 2위 PC업체인 델도 연내 스마트폰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노키아와 모토로라는 장기적인 차원에서 모바일사업부 분사 또는 매각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만일 델과 레노버가 이를 인수할 경우 시장 판도가 또 한번 요동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