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체들이 ‘추락’하는 준중형 승용차에 1,600cc급으로 새 엔진를 갈아 달고 준중형차 전성기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현대ㆍ기아차, 르노삼성, GM대우 등은 내달부터 배기량을 기존의 1,500cc에서 1,600cc급으로 한 차원 높인 준중형급 승용차를 속속 출시한다.
자동차 업체들이 이처럼 1,600cc를 잇달아 선보이는 것은 소형차로 분류돼 자동차세를 덜 내게 되는 과세기준이 내년 7월부터 1,500cc에서 1,600cc로 상향 되는 것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또한 얼어붙은 내수경기에 불을 지피고 준중형차의 옛 영광을 되살리기 위한 고단위 처방으로 풀이된다.
◇1,600cc 승용차 출시 봇물=
준중형 승용차의 ‘업그레이드’를 선도하는 업체는 르노삼성. 이 회사는 오는 7월 1일 국내업계 최초로 1,600cc급 가솔린 엔진이 달린 ‘SM3 CVTC 1.6’을 시판한다.
현대ㆍ기아차도 세제개편과 맞물려 당초 내년 7월로 계획했던 1,600cc급의 내수 출시를 앞당길 방침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이르면 다음달께 뉴아반떼XD 및 라비타의 1.6 모델과 쎄라토 1.6모델을 각각 내수시장에 내놓은 뒤 당분간 1.5 및 1.6 모델 병행체제로 가되 내년 7월 세제 개편에 맞춰 1.6 모델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GM대우도 1,600cc급 승용차 시장에 조기에 뛰어든다는 차원에서 가능한 한 오는 8월 안에 라세티 1.6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다.
◇내년 7월 '소형차세' 개편 겨냥=
1,600cc급의 내수시장 등장은 내년 7월부터 소형차 세제 및 도시철도채권 매입 기준이 현행 1,500cc에서 1,600cc로 조정되는데 따른 것으로 차업계는 그 동안 규모의 경제를 들어 수출용(1,600cc)과 내수용(1,500cc)으로 이원화돼 있는 준중형차 배기량의 일원화를 위한 세계 개편을 요구해왔다.
1,600㏄급 승용차는 현재는 자동차세가 중형차 기준으로 41만5,480원이지만 내년 7월부터는 소형차 기준을 적용 받아 29만836원으로 줄어든다.
그러나 세제 개편까지는 아직 시간이 다소 많이 남아있는 상황이라 1,600cc의 출시가 때이르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차업체들은 1.6 모델 시판에 따른 준중형 배기량의 점진적 일원화로 비용절감 효과를 얻는 동시에 새로운 시장을 하루빨리 개척, 불황을 타개하자는 취지에서 1,600cc급 조기 출시에 나서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추락' 준중형차 부활 노린다=
1,600cc 조기 출시의 또 다른 노림수는 ‘준중형 시장의 부활“이다. 준중형차는 94~95년 40%대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다 외환위기에 따른 위축과 RV(레저용 차량) 선전으로 2000년 14.0%까지 뒷걸음질친 뒤 2002년 17.5%, 지난해 19.0%으로 다시 상승가도를 달렸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민층 소비심리 위축과 고급차 선호 확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인기 급증 등에 다시 밀리기 시작했다.
올해의 경우 1월 16.7%에 이어 4월에는 14.9%로 폭락했고 준중형 지존인 아반떼만 하더라도 지난해 1~6월 6개월 연속 1위를 차지하기도 했으나 7월 6위로 떨어진 뒤 계속 5위 안팎을 맴돌고 있다.
이에 따라 차업계는 올들어 라세티(GM대우) 해치백과 쎄라토(기아차) 해치백 등 새로운 변형 모델을 잇따라 출시하는 등 준중형차 활로 찾기에 적극 나서왔다.
이와 함께 차업계는 디젤승용차의 경우 이미 엔진 개발이 완료된 만큼 일단 1,500cc급 모델을 내놓은 뒤 시장 상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1,600cc급 모델도 내놓는 방침이어서 장기적으로는 1,500cc급은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게 될 전망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내수시장내 1,600cc급 출현으로 1,500cc급 대비 한층 개선된 힘과 성능을 전면에 내세워 소형부문과의 확실한 차별화 및 소비자의 고급화 욕구 만족을 실현, 한 풀 꺾이고 있는 준중형차의 전성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