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4대 개혁입법’이라는 용어를 더 이상 사용하지 말자. 마치 우리당이 중요한 민생ㆍ경제법안을 내팽개치고 있는 듯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1일 공식 출범한 열린우리당내 중도ㆍ보수성향 의원들의 모임인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 모임’(약칭 안개모)은 지난주 말 회의를 갖고 이 같은 방향에 의견을 모았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당 지도부가 사활을 걸고 추진중인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4대 개혁입법에 맞서 분명한 자기 색깔을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안개모의 출범은 우리당내 대표적인 실용파 의원들이 본격적인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당의 경제정책 방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유재건 의원은 이날 출범식에서 “당의 정책결정 과정에 국민 여론을 반영하기 위해 모인 것”이라면서 “개혁이라는 목표가 너무 뚜렷하기 때문에 자칫 과정상의 여러 중요한 문제를 간과할 수 있다”고 정책결정 과정의 문제점을 강조했다.
전직 관료출신 의원모임인 일토삼목회의 김진표 대표도 이날 축사를 통해 “장기간 내수 침체로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가 어려운 데도 여권이 경제 활성화에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원내정책정당을 표방하고 참여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입장에서 안개모 등 당내 의원모임과 보다 활발한 의견교류를 갖겠다”고 밝혀 안개모와의 강한 연대의식을 나타냈다.
이와 관련, 안개모는 일단 국보법을 계기로 탄생했지만 앞으로 공정거래법이나 기금관리법 등 각계각층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충돌하고 있는 경제관련 정책현안 및 법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의견 조정과 중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한 의원은 “공정거래법의 경우 과거 재벌의 부정적인 인식에만 초점을 맞춰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게 소속의원들의 대체적인 견해”라면서 “시대변화에 맞춰 일부 문제점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법안을 수정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평소 재벌을 너무 나쁘게만 보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하면 일부 소장파들로부터 ‘재벌을 잘 모르는 순진한 생각’이라고 비판 받기도 했다면서 “수용여부를 떠나 남의 의견을 이해하는 자세가 아쉽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또 다른 의원은 “국회가 요즘 파행상태를 지속하는 바람에 정작 중요한 민생ㆍ경제법안만 멍들고 있다”면서 “이해관계 절충을 통해 당의 의견을 70% 정도라도 반영해 법안을 제때 통과시키는 게 오히려 바람직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정가에서는 안개모가 제대로 자리를 잡아 여권의 각종 정책에 실용파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견해도 적지않다.
실제 일부 의원들은 막판에 본인 이름을 빼달라고 사정하는 바람에 소속의원수가 당초 40여명에서 28명으로 줄어들었으며 정책현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기를 꺼리는 등 몸을 사리는 경향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현재 안개모 소속의원은 유재건 안영근 조배숙 박상돈 신학용 심재덕 정의용 조성태 강길부 강성종 권선택 김명자 김성곤 변재일 서재관 신중식 안병엽 오제세 우제항 이계안 정장선 조성래 홍창선 오시덕 유필우 이근식 이시종 이철우 의원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