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동세브란스병원 사거리에서 성수대교 방면에 자리잡고 있는 ‘로즈 I 빌딩’. 지하4층 지상6층의 회색 사각 콘크리트 건물로 우뚝 서 있는 빌딩을 보는 순간 외벽 사이 사이로 불이 켜진 주광빛 창문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단순한 일자형으로 설계한 것이 아닌 불규칙과 규칙 사이의 리듬을 타는 듯한 모양으로 뚫려 있어 사연이 있을 법하다. 외벽도 자세히 보니 대리석으로 벽면을 마감했다. 첫인상은 평범한 빌딩에 불과하지만 보면 볼수록 세련된 멋을 잔뜩 풍긴다. 오세의 세진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외벽을 회색 대리석으로 마감할 경우 건물이 지나치게 정형화되는 모습을 띨 수 있어 창문을 통해 변화를 줬다”며 “창문은 외부 소통의 통로이면서도 빌딩을 돋보이게 하는 가장 큰 장식의 역할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건축주가 설계 의뢰를 해올 당시 지상층과 지하층의 용도에 대한 분명하고도 정확한 요구를 했다고 설명했다. 지상층을 병원으로, 지하층을 음식점으로 활용할 생각으로 이 같은 계획을 설계에 반영해달라는 것이었다. 설계사의 고민은 이 부분에서 시작됐다. 병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환자들의 보행과 주차가 동일한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결국 최종 설계는 주차와 보행 출입구를 한 방향으로 일치시키면서 기계식 주차공간으로 소화해내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건축주의 또 다른 요구는 지상층을 두개의 독립된 공간으로 나눠달라는 것. 이를 위해 설계자는 건물 중앙에 선큰을 두어 좌우대칭형 빌딩이 되도록 설계했다. 단순히 로즈 I 빌딩을 바라본다면 좌우대칭형 빌딩으로 설계해 미적 감각을 최대한 살려낸 것으로 보일 듯하지만 속내는 건축주의 별도 공간 요구를 따라가기 위해 이 같은 좌우대칭형으로 고안한 것이다. 고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오 대표는 로즈 I 빌딩의 미적 감각을 극대화하기 위해 옥상층의 외벽 일부분을 개방했다. 그는 “옥상 부분의 조그마한 개방공간으로 인해 건물을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건물의 모습이 달라보인다”며 “옥상의 개방공간은 아주 작은 변화지만 외부인에게 강렬한 이미지를 선사하는 마지막 미적 포인트”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