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학 간판보다는 당장 직장잡고 싶어요"

취업 대란속 전문학교 인기<br>4년제 출신·유학생등 고학력자<br>"기술 익히자" 재입학 크게 늘어

미국 샌프란시스코대학에서 국제경영학을 전공한 이현석(31)씨는 오는 3월 서울호서전문학교 호텔외식경영과 신입생으로 새 출발을 한다. 토익시험도 965점을 받았고 국제무역사 자격증, GIA 보석감정사 자격증도 땄지만 희망하는 직장을 잡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취업대란 속에 괜찮은 자리 구하기도 쉽지 않고 외식창업에 관심이 많아 늦은 나이지만 전문기술을 익히기 위해 전문학교로 입학하게 됐다”고 말했다. 단국대 응용수학과에 다니던 심규범(24)씨도 4년제 대학 ‘타이틀’을 포기하고 이 학교 사이버해킹보안과에 입학 예정이다. 심씨는 “간판을 내세우면 취업이 보다 쉬울 수도 있지만 요즘 같은 때는 확신이 없다”며 “4년제 출신 고학력자들이 취업난에 시달리기보다는 취업전망이 좋은 전문학교로 많이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졸업을 미루는 ‘대학 5년생’, 오랜 기간 취업을 못한‘장미족(장기간 미취업족)’ 등 심각한 청년 실업 세태를 비유하는 신조어가 유행하는 가운데 해외 유명대 출신이나 4년제 대학 졸업자 등 고학력자들이 취업률이 높은 전문학교로 몰리고 있다. 당장의 간판보다는 장래의 취업 가능성에 더 주목하는 것이다. 28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있는 서울호서전문학교에 따르면 4년제 대학을 나오거나 중퇴한 사람들이 속속 전문학교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고졸 학력 이상자를 대상으로 온라인 ‘적성테스트’와 학과 교수 면접 등 2단계에 걸쳐 이뤄지는 전형에서 지난 2006학년도 63명, 2007학년도 96명, 2008학년도 120명에 이어 입시가 끝나지 않은 현재 이미 130명 이상의 대졸자나 중퇴자가 등록을 마쳤다. 이는 전문학교의 취업률이 높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취업난을 겪는 졸업생들이 ‘취업용 재입학’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학교 측에 따르면 성장 잠재력이 높은 중소기업과 정보기술(IT) 기업 맞춤 교육으로 지난해에 이어 10년 연속 졸업생 전원이 100% 취업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졸업생들이 매년 국내 주요 항공사나 유명 호텔 등의 취업에 성공하는 한국항공전문학교도 인기다. 항공운항과ㆍ항공정비과ㆍ호텔조리과 등 다양한 특성화 학과를 편성하고 있는 이 학교는 7년 연속 취업률 9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2006년부터 2007년까지 졸업생 255명이 항공사와 호텔ㆍ대기업에 취업해 스튜어디스ㆍ호텔리어ㆍ조리사ㆍ항공정비사 등 다양한 전문 분야에서 일하고 있고 재학생 98명은 ‘2008 항공산업기사 정기시험’에 최종 합격해 전체 합격생 20%를 차지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운희 서울호서전문학교 학장은 이에 대해 “국내 노동시장에서 핵심 키워드는 두말할 나위 없이 ‘취업대란’”이라며 “고학력 대졸자 실업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국내 고용시장이 진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한 대졸자가 전문학교로 회귀하는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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