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12월 22일] 안보주권 내외에 과시한 날

우리 군은 공언한 대로 지난 12월20일 오후2시30분부터 연평도 인근에서 포 사격 훈련을 강행했다. 북방한계선(NLL) 남쪽 우리 해상에서의 포 사격 훈련은 1974년 이래 37년 동안 실시해 온 연례적인 방어훈련이고 명백한 주권 행사다. 이 지역을 무력화하기 위해 북한이 일방적으로 임의의 경계선을 긋고 그들의 영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북한의 협박에 굴복해 이번에 NLL 지역에서 훈련을 하지 못하면 서해 5도에서 다시는 사격 훈련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럴 경우 서해 5도는 고립되고 수도권은 북한의 군사위협에 노출된다. 이는 줄기차게 서해 NLL 무력화를 시도했던 북한이 원하는 바다. 北 도발 자행땐 제압 의지 보여 우리 군의 사격훈련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까지 훈련 중단을 요구했지만 이는 내정간섭에 불과하다. 모든 국가는 자국 영토 내에서 정당한 군사행동을 할 권리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번 사격훈련과 관련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분단국가에서 영토방위를 위해 군사훈련을 하는 것은 주권국가로서 당연한 일이며 여기에는 누구도 개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군이 주변국의 우려에도 사격훈련을 강행한 것은 단호한 대응 방침을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 북한이 도발을 자행하면 언제라도 제압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그동안 수없는 북한의 협박과 도발에 대응 한번 제대로 하지 못했던 과거와 뚜렷이 비교된다. 그런 의미에서 12월20일은 남북관계사에 한 획을 긋는 날이면서 북한의 온갖 위협과 중·러의 외풍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이 공언했던 안보주권을 내외에 과시한 날이었다.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의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일깨워준 날이기도 하다. 우려했던 북한의 대응 사격은 없었다. 하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북한이 우리의 포 사격 훈련에 대해 2차ㆍ3차의 보복을 공언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추가 도발을 자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전국민의 82%가 북한이 추가도발을 한다면 강력히 대응하도록 주문함으로써 정부가 힘을 얻었다는 사실이다. 국가안보의 가장 큰 힘이 국력의 결집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실감하는 대목이다. 특히 북한의 천안함 피격 사건에 의문을 품었던 일부 국민들조차도 북한을 응징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북한의 군사도발이 역설적으로 국민의 안보의식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일본과 유엔의 대한민국에 대한 지지도 큰 힘이 됐다. 한미연합전력과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가 없었다면 북한의 '전면전과 서울불바다, 그리고 핵전쟁' 위협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국제사회와의 협력은 물론 한미동맹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한편으로 우리에게는 군사훈련 자제를 요청하면서 북한 편들기에 나선 중국과 러시아와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일은 정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분쟁은 강력한 억지력을 바탕으로 한 예방이 최고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어제 우리 군의 연평도 해상사격훈련과 관련해 "일일이 대응할 일고의 가치도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당장 대응공격을 하지 않을 것임을 뜻한다. 북한이 당초 호언과는 달리 즉각적인 무력 대응을 하지 않은 중요한 이유는 우리 군이 만반의 준비를 함으로써 북한으로서는 무리한 도발을 감행하기가 쉽지 않았던 셈이다. 주한 미군과 유엔사 대표들이 훈련에 참가한 것도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지금은 우리사회 국론 모을 때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북한의 도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국가위기관리센터를 개편하는 등 위기관리 능력을 재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북한의 추가도발에는 철저하고도 강력히 응징한다는 단호한 대응의지를 보여야 한다. 지난 정권에서처럼 북한의 잘못된 행태를 물질적 보상으로 달래며 불안한 평화를 근근이 이어가는 것은 결코 우리의 안보와 생존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지금 북한이 노리는 것은 우리 사회의 국론분열을 통한 남남갈등이다. 남북 간 충돌이 있을 때마다 일부 세력은 '전쟁 운운'하며 갈등을 앞장서 조장하고 있다. 정쟁(政爭)은 북한의 도발을 응징한 후에 해도 늦지 않다. 지금은 국론을 모아 '전쟁도 불사한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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