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월드컵 응원 "지나친 흥분은 금물"

"10여년 전 유학시절이 생각나 프랑스와 세네갈이 격돌한 개막전에서 당시 유학 동기생들과 목이 터져라 프랑스를 응원을 했는데 경기가 끝난 다음부터 목이 아파 목소리조차 제대로 안 나왔어요."(금융계 근무 최모씨)2002 월드컵의 본격 개막으로 전국이 격정과 환희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러나 열광과 환호의 물결에 몸을 던져 경기를 즐기다 보면 예상치 않게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목 뿐만이 아니다. 고혈압이나 심장병 등을 앓고 있는 만성 환자라면 자신의 감정조절을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지적이다. 감정이라는 것은 마음 먹은 대로 조절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면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다. 대전 을지대병원 조진생(이비인후과) 교수는 "누구나 한번쯤 말을 하거나 목청 높여 노래를 부르고 소리를 질렀을 때 목소리가 심하게 변하는 것을 경험했을 것"이라면서 "월드컵 개막이후 과도한 목소리 사용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현실적인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학계에 따르면 맑고 아름다운 목소리는 후두라고 일컫는 음성상자 속에서 주로 성대의 고른 진동으로 만들어진다. 이것은 구강ㆍ코ㆍ인두ㆍ부비동 등에서 공명이 되고, 다시 구강 내의 혀ㆍ입술ㆍ치아, 목젖 등의 위치 및 운동에 의해 원하는 발음으로 변화되어 다른 사람과 의사 소통이 가능한 목소리가 된다. 스포츠 경기를 보면서 오랜 시간 과도하게 소리를 지를 경우 성대의 심한 마찰로 후두에 염증이나 외상 등이 생기는 급성 후두염, 성대를 움직이는 근육의 신경장애가 온다. 발성기관의 과로도 나타나기 쉬운데 성대 표면이나 긴장도ㆍ운동성의 변화에 따라 음성 장애의 성질이나 정도가 달라진다. 목소리가 변했을 때 가장 쉬운 치료법은 성대를 쉬게 하는 것. 가능한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책이다. 습관적인 헛기침이나 가래를 뱉는 것도 좋지 않다. 오랜 시간 계속해서 목청껏 소리를 지르는 일은 가능한 피하는 것도 물론이다. 음성장애가 왔다고 느꼈을 때 바로 항히스타민ㆍ이뇨제는 물론 술, 커피, 담배 등을 피하고 물을 자주 마셔 점막을 마르지 않게 하면 악화를 막을 수 있다. 급성 후두염의 경우 치료가 끝난 후에도 과음ㆍ과로를 하면 재발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한다. 기침이 심하거나 비염, 부비동염, 위염, 식도염이 있다면 바로 치료를 받아야 악화를 막을 수 있다. 목이 쉰 증상이 2∼3주 이상 지속되거나 통증을 동반할 때, 몇 일 이내에 목소리가 전혀 나오지 않거나 심한 목소리 변화가 있을 때, 목에 혹이 느껴질 때에는 전문의를 찾아 상담한다. 중풍ㆍ심장병을 앓고 있는 만성 질환자라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 목 질환과 달리 생명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심장질환의 경우 경과와 예후가 나빠 모든 사람들이 두려워 하지만 더 무서운 것은 아무 예고 없이 급작스럽게 찾아와 미처 손을 쓰지도 못한 채 허망하게 세상을 하직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돌발적인 중풍은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항상 걱정 하게 만드는데, 특히 나이가 들면서 운동경기를 하거나 흥분 상태에서 발생하기 쉽다. 월드컵 기간에는 경기를 관람하다 느닷없이 발생할 가능성이 평소보다 훨씬 높다. 월드컵 기간 대부분의 대학병원에서 월드컵 기간 만성 환자가 입원하고 있는 병동의 경우 TV시청을 금하는 것도 돌발적인 상황에 대한 가능성 때문이다. 따라서 평소 뒷목이 가끔 당기거나 고혈압 증세가 있다면 주의해야 한다. 대전 을지대병원 순환기내과 정경태 교수는 "과거에 보면 축구 등 국가 간 대항 큰 경기가 열릴 때마다 쇼크 등으로 숨지거나 급환으로 병원에 후송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이는 평소 관련 질환을 갖고있는 사람들이 주의를 하지 않은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혈압, 심장질환 등 위험요소가 없더라도 지나치게 흥분하는 것은 좋지 않으므로 마음을 차분히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감정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이기는 하지만 주의를 기울이면 치명적인 상황만은 면할 수 있다. ◆만성질환자 관전요령 ▦직계가족 중 고혈압ㆍ심장병ㆍ중풍 환자가 있거나 본인이 고혈압인 경우 중풍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흥분을 절대 피하고 차분히 행동하면서 복용하는 약이 있다면 미리 먹는다. 집이 아니라면 병원이 어디 있는지 알아 두는 것은 최소한의 상식이다. ▦평소 심장병이나 당뇨병을 앓고 있으면서 가끔 혈압이 올라간다면 주의한다. 혈압이 낮더라도 중풍 발생의 사각지가다 아니라는 것도 명심한다. 지나친 흥분은 물론 스트레스, 술, 담배를 절제하고 장거리 이동 시에는 자신의 병력이 기록된 진료카드를 지참한다. ▦평소 얼굴로 열이 자주 올라오면서 뒷목이 뻐근한 증상이 자주 나타나거나 성격이 공격적이고 다혈질인 경우,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흥분 또는 과로 후에 혈압이 오르거나 심하면 중풍이나 협심증 발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과도한 흥분을 자제하고, 경기에 패했을 때 화를 내지 않으려는 감정자제 노력은 무엇보다 필요하다. 박상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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