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도 팔자가 있다. 땅 이름을 알면 그 땅의 미래가 보인다.’ 우리나라의 땅 이름에 얽힌 이야기들을 엮은 책에는 저자가 30여년간 전국 각 지역을 돌아다니며 땅 이름에 대해 연구해 온 성과물이 담겨 있다. 저자는 땅 이름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과 어원을 풀어 그 이름이 현재와 미래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상세하게 살피고 있다. 우리 땅이름을 살펴보면서 그 터의 미래를 점칠 수 있다는 것이 사뭇 흥미를 끈다. 국제공항이 들어선 인천 영종도 일대를 보면 공항이 들어서길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공항과 관련된 땅이름이 많다. ‘영종’(永宗)이란 ‘긴 마루’라는 말로서 비행장의 큰 활주로를 연상시킨다. 영종도의 원래 이름인 ‘자연도’(紫燕島) 역시 ‘제비섬’이란 뜻으로 제비(비행기)가 뜰 것을 일찌감치 예고하고 있다. 영종도 주변 섬들의 이름도 공항터가 될 것임을 말해주고 있다. 영종도 북동쪽 바다에 있는 ‘응도’(應島)는 ‘매섬’이라고도 불렸는데 그 매는 바로 비행기를 말하고 있던 것이 아닐까? 이 섬 안의 ‘잔자리’ 마을은 흡사 ‘잠자리’처럼 들리며, 근처의 ‘뱅길’은 ‘비행길’의 준말처럼 느껴진다. 분당 일대가 큰 도시가 될 것이라는 것은 ‘모두 많이 모인다’는 뜻을 담은 듯한 성남시가 이를 암시하고 있다. 땅 이름을 보고 앞날을 점치는 이들은 분당 시가지가 앞으로 서쪽으로 살쪄 나갈 것이라고 한다. 군포의 궁안(지금의 궁내동)은 궁의 안뜰처럼 아늑한 곳이 될 것이라는 뜻을 담고 있으며 부천의 넘말은 ‘큰 마을을 안는다’는 의미다. 저자는 “땅 이름은 깊이 곱씹어 보고 자꾸 되새겨 볼수록 그 깊은 맛이 우러난다”며 “지금도 이 땅의 이름들은 앞으로 땅이 어떻게 변해갈지 계속 예언하고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