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배아줄기세포 첫 특허획득 의미

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 박세필 박사팀이 인간 냉동잔여배반포기배아 줄기세포로 미국 특허를 세계 최초로 획득한 것은 우리나라 연구팀이 이 분야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번 특허는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4가지 방법 가운데 하나의 원천기술을우리나라가 선점함으로써 한국 연구팀의 위상을 높인 데다 윤리적 문제를 최소화 할수 있는 기술에 대한 것이어서 더욱 값어치 있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더욱이 앞으로 황우석 교수팀이 특허 출원한 `복제배아 이용 배아줄기세포 제조기술' 특허가 등록될 경우 우리나라는 4가지 배아줄기세포 제조기술 가운데 2개의원천기술을 선점하는 성과를 올리게 되는 셈이다. 또한 정부가 생명윤리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배아연구과제를 승인하면서 `냉동잔여배아'를 택한 상황에서 이번에 특허까지 획득함으로써 앞으로 냉동잔여배를 이용한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여러 방법과 특허획득의 의미 등을 살펴본다 ■ 4가지 배아줄기세포 제조법 중 하나의 원천기술 확보 배아줄기세포를 배양법은 모두 4가지. △신선 배아를 사용하거나 △폐기처분될 냉동잔여 배아를 녹여 이용하는 방법 △인간의 체세포 핵을 핵이 제거된 동물 난자에 이식하는 이종(異種)간 핵이식 △ 인간 난자에 인간의 체세포 핵을 이식하는 동종(同種)간 핵이식 기술 등이다. 서울대 황우석 교수팀이 최근에 난치병 환자의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데 성공한방식은 인간 난자에 다른 사람의 체세포 핵을 이식하는 동종(同種)간 핵이식 기술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계속된 성과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개체 복제에 사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줄곧 윤리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인간의 체세포 핵을 핵이 제거된 동물 난자에 이식하는 이종(異種)간 핵이식도체세포를 제공한 사람의 유전자가 들어가 있지만 동물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가 제거되지 않아 바이러스 전염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 박세필 박사팀이 미국에서 특허를 획득한 `냉동잔여배반포기배아' 연구는 이 같은 윤리적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꼽히고 있다. 즉 남녀간에 정상적으로 수정된 배아를 이용함으로써 복제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이번 연구방식의 장점이다. 시험관 아기를 낳을 때 거치는 `과배란유도제' 주사 후 얻어진 난자들은 보통시험관에서 수정된 뒤 며칠동안 키워 배아가 되면 불임여성의 자궁에 투입된다. 이떄 성공률은 30% 정도이기 때문에 의료진은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여분의 배아를 냉동보관해 둔다. 이에 따라 불임 여성이 원하는 아기를 가진 뒤에도 배아는 그대로냉동보관되는 셈이다. 현행 생명윤리법은 불임센터에서 생식을 목적으로 이용한 뒤 냉동 보관돼 있다가 5년 이상 지난 냉동잔여배아에 한해 더 이상 환자가 생식목적으로 이용하지 않을경우 환자의 동의를 받고 연구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윤리문제 최소화한 배아줄기세포 제조기술 박세필 박사팀은 지난 2000년 8월 냉동잔여배아를 이용해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데 성공함으로써 이 분야에서 이미 세계적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아왔다. 연구팀에 따르면 냉동잔여배아에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기 위해서는 배아줄기세포주를 만들 수 있는 최종 발달 단계로 냉동된 채 있던 배반포기배아를 녹여 사용하는 것이 가장효율적이다. 보통 배반포기배아에서 줄기세포주를 만드는 핵심은 살아있는 상태로 내부세포덩어리만을 완벽하게 제거하는 것인데, 연구팀은 이를 위해 자체 개발된 특수 항인간항체(AHLA)를 사용한 면역절제술(Immunosurgery)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로이 부분이 이번 특허의 핵심이다. 특히 이 기술을 사용함으로써 배아줄기세포 확립 성공률이 기존의 10~36%보다최대 5배 이상 높은 63%에 달한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국내 각 불임클리닉 등에 보관된 냉동잔여배아는 수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근 배아줄기세포 연구 허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미국의 경우 과학자들이미국 전역에 있는 냉동배아 8천여개를 연구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해 부시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박 박사는 "미국의 경우 폐기처분되는 경우가 많아 보관된 배아가 우리보다 적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행 생명윤리법상 윤리적 문제를 최소화 할 수 있다는 게 최고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 어떤 의미 있나 이번 특허 획득의 의미는 우선 전세계에서 경쟁이 치열한 배아줄기세포 분야에서 하나의 원천기술을 확보한 데 둘 수 있다. 사실 국내의 생명공학 분야 열기는 점차 고조되고 있지만 특허 등의 원천기술은 거의 없는 실정이어서 이번 특허는 국내BT 연구 분야의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보건산업진흥원이 국내 줄기세포전문가들과 함께 발간한 `줄기세포10대 육성전략'을 보면 국내 줄기세포 산업의 가장 큰 한계점으로 원기기술에 대한특허가 없다는 점이 꼽혔다. 이번 특허기술은 응용분야도 다양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박 박사팀은 세포치료제 개발시 다른 특허를 침해할 소지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있게 된 것은 물론 신약개발에 따른 임상시험에서 사람을 대체하는데도 이번 기술을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냉동잔여배반포기배아를 직접 사용함으로써 난자 수를 최소화 할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앞서 배아줄기세포 관련 특허를 획득한 미국 위스콘신대학 연구팀과 호주 연구팀의 경우 초기배아를 이용함으로써 배아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는 최종 단계인 배아포기배아로 발달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절반 이상의 배아가 손실되는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기술은 냉동해 놓은 배반포기배아를 해동 후 바로 사용함으로써 배아의 손실이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다. ■ 앞으로의 과제 하지만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냉동잔여배아에서 만든 줄기세포를 환자에게이식할 때에는 면역거부반응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은 연구팀이 앞으로 극복해야 할과제로 꼽힌다. 또한 박 박사팀이 미국에서 특허를 획득하는데 성공했지만 동시에 특허출원이이뤄졌던 우리나라 특허청에서는 아직까지 특허 등록 여부를 결정짓지 못하는 점도 개선돼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와함께 황우석 교수팀의 배아줄기세포 특허비용을 국가에서 지원해 주고 있는만큼 박 박사팀처럼 사비용을 들여 국제특허를 출원한 다른 연구팀에 대해서도 형평성 차원에서 국가가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박세필 박사는 "사람에게서 비롯된 배아줄기세포 관련 특허는 앞으로 치료가 현실화 될 경우 대규모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만큼 황 교수팀처럼 국가 차원에서 관리해 주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앞으로 면역거부반응 등의 문제점을 해소하는 연구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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