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구조조정본부를 해체한 것은 투명경영에 대한 시대의 요구에 맞춘 발 빠른 대응이다. IMF체제 때 많은 기업들은 선단식 경영, 황제식 경영의 추진체가 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게 된 회장비서실을 없애고, 구조조정본부 체제로 개편했다. 그러나 구조본 체제가 지속되면서 과거 회장비서실 체제의 폐단이 되살아 난다는 지적이 있었다.
최근 들어 SK그룹의 분식회계 및 경영권 세습 과정에서 구조본의 역할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자 구조본의 해체문제가 거론되던 것이 저간의 사정이었다.
구조본의 존폐에 관한 결정은 전적으로 기업이 알아서 할 일이다. 정부가 개입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그렇지만 구조본이 투명경영을 저해하는 부분이 있다면 이를 제거해야 마땅하다.
그런 의미에서 LG그룹이 구조본을 해체키로 한 것은 환영 받을 일임에 틀림없다. LG의 구조본 해체가 주목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형식적인 명칭 바꾸기가 아니라 구조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라는 점이다. LG그룹은 그 동안 추진해온 지주회사제로의 경영개편이 마무리 된 시점에서 구조본을 해체했기 때문이다.
지주회사제도는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의 대안으로서 거론 돼 왔고 LG그룹은 일찍부터 이 제도를 실천에 옮겼다. 지주회사 제도는 개선해야 할 여지가 많지만 소유와 경영의 분리체제로 가는 출발점이다.
구조본의 기능을 인수하게 될 LG지주회사는 지원 재경 사업개발 경영관리 인사 등 5개 부문으로 구성돼 계열사에 대한 지배권을 지분 만큼 떳떳하게 행사하게 된다. 아울러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의 활성화를 위해 `정도경영 전담팀`을 운영한다는 방침도 참신해 보인다.
지주회사제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의 제도개선 노력도 필요하다. 특히 기업들이 요구하는 지주회사 설립요건의 완화문제를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지주회사의 부채비율을 100%이내로 한 것이나, 상장사 30%, 비공개기업 50%로 돼 있는 자회사주식취득 조건도 낮출 필요가 있을 것이다.
반면 기업들은 총수의 지분관계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단 한 주의 주식도 갖지 않고 경영권을 행사하는 등 책임이 없이 권한만 행사하는 경영관행은 시정돼야 한다. 이번 LG의 조치가 다른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를 기대한다.
<김영기기자 yo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