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수요일만 되면 바쁜 기획처

[기자의 눈] 수요일만 되면 바쁜 기획처 현상경 기자 hsk@sed.co.kr "기자님들, 브리핑에 참석해주세요." 기획예산처는 매주 수요일이면 장관 주재로 정례 브리핑을 연다. 오전11시40분부터 시작해 점심식사를 겸한 자리다. 쉽게 얼굴 마주치기 힘든 경제부처 주무장관이 직접 예산 관련 현안을 설명하고 업무상 애로사항을 토로한다. 브리핑 내용이야 어찌됐든 출입기자들로서는 꽤 반가운 자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금쪽 같은 브리핑이 때론 '애물단지'로 전락하기도 한다. 상당수 언론사 기자들이 재정경제부와 기획처를 함께 출입하다 보니 같은 시각 재경부에서 큰 기삿거리라도 있으면 기획처로 가는 발걸음이 뜸해지기 때문이다. 기획처로서는 장관까지 참석한 브리핑이 영 썰렁해지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최근 몇 주간 기획처 직원들은 수요일마다 기자들의 브리핑 참석을 독려하느라 바빴다. 지난 21일의 경우 한덕수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이 예정 없이 과천 브리핑실을 찾아 기자들의 발이 묶였다. 이날 기획처는 그간 수 차례 언급된 '연내 예산안 처리 필요'란 브리핑을 준비했다. 28일은 1년에 한 번 나오는 새해 경제운용계획이 확정돼 기자들이 기사송고에 여념이 없었다. 이날 기획처는 "초임 사무관들이 재경부ㆍ국세청을 선호한다"는 내용을 내놓았다. 이 두 주간 기획처는 기자들의 참석률 저하를 우려한 나머지 과천으로 직원과 수송차량을 보내 기자들의 참가를 부탁했다. 장관의 브리핑 자리를 조금이라도 빛내려는 마음은 애달프지만 한편으로는 "굳이 이 시기에 저렇게 무리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는 '한 해를 정리하는 연말연시'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굵직한 사건들이 세밑에 몰렸다. 시간과 발품이 한정된 기자라면 누구나 더 긴급한 사안에 전력을 기울이게 마련이다. 정부부처들도 마찬가지. 새해가 불과 2, 3일 남았는데 예산안은 언제 통과될지 모르고 폭설로 집이 무너진 이재민들은 지원예산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다. 현안을 알리겠다는 브리핑의 취지와 의도는 좋다. 그러나 특별한 이슈도 없이 굳이 겹치기 브리핑을 강행할 이유가 있을까. 기획처는 생색나는 브리핑을 만들기보다는 조금 더 다른 일에 신경을 써도 좋지 않나 싶다. 입력시간 : 2005/12/29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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