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승패 오리무중…주총후가 더 문제

KT&G 유리하지만 백기사 구하기 만만찮고<br>최대주주 '프랭클린 뮤추얼' 협조여부 미지수<br>아이칸측 선전땐 경영권분쟁 장기화 가능성도


최근 칼 아이칸의 KT&G에 대한 공세는 냉혈한 기업사냥꾼의 정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아이칸 측은 지난 9일 회사 측의 막대한 부동산과 자회사인 한국인삼공사 지분 등을 사실상 주주들에게 넘기라고 공개 요구했다. 이는 KT&G의 미래 가치에 관심이 있고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전문가들은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선임을 둘러싼 표대결이 KT&G의 승리로 끝날 가능성이 높지만 외국인들이 단기차익을 추구하는 아이칸 측의 감언이설에 넘어갈 가능성도 있어 속단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또 이번 주총에서 KT&G가 사외이사 선임을 둘러싼 표대결에서 승리하더라도 풍부한 자금력으로 내년을 노릴 수도 있어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주총 결과 아직은 오리무중=일단 표대결이 벌어질 경우 KT&G 측이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KT&G의 우호세력인 기업은행과 우리사주조합 지분은 11.63%로 아이칸 측(6.59%)보다 많다. KT&G는 또 주주들이 배당, 자사주 소각 등의 경영진의 방침에 만족하고 있어 아이칸 측의 주장에 동요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다. 무엇보다 기업사냥으로 성장한 아이칸 측의 공격이 집요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데다 최근 해외 로펌을 선임하는 등 경영권 참여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6.59%를 보유한 아이칸 측은 1%(162만주)의 지분만 위임장을 통해 추가 확보해도 프랭클린뮤추얼(7.15%)을 제치고 사실상 최대주주로 부상한다. 더구나 KT&G가 우호지분으로 분류하고 있는 프랭클린뮤추얼의 경우 타임워너 문제에 있어서는 아이칸 측과 협조, 앞으로 어느 편의 손을 들어줄지도 미지수다. ◇주총 이후가 더 문제=전문가들은 이번 주총에서 표대결상 우위를 장담하기 힘든 만큼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6명의 자리 가운데 1~2명 정도는 아이칸 측 인사가 선임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아이칸 측이 3명의 사외이사 선임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그 효과는 적대적 인수합병(M&A)이 아니라 발언권 강화 정도이다. 현재 KT&G 경영진은 곽영균 사장을 포함한 3명의 상임이사와 9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문제는 주총 이후다. 아이칸 측이 이번 주총에서 의외로 선전할 경우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더 많은 지분을 끌어모은 뒤 내년에는 경영권을 장악하겠다고 덤빌 수 있기 때문이다. KT&G로서는 민영화 이후 정부 관련 지분이 계속 매각되면서 기업은행 5.85%, 우리사주조합 7.10% 이외에 뚜렷한 우호지분이 없고 주가가 계속 오를 경우 추가 지분을 확보하는 것도 어렵다. 자사주를 인수해줄 만한 백기사를 구하기도 만만찮다. KT&G의 시가총액 기준(10일 현재 9조5,841억원)으로 자사주 9.58%의 가격은 9,181억원에 달한다. 과거 백기사로 나섰던 최대 규모가 삼성전자의 2,500억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백기사로서 KT&G의 자사주 물량을 다 소화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한편 국내 사모투자전문회사(PEF)인 보고펀드의 한 관계자는 “KT&G에 대해 경영자매수(MBOㆍManagement buyout) 방식으로 함께 M&A할 것을 제안한 세력은 칼 아이칸 측이 아니라 이름을 밝힐 수 없는 해외 헤지펀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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