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6월 19일] IT가 발전하면 일자리가 줄어든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은행 문을 열면 길게 늘어선 창구에서 열 명이 넘는 은행 직원들이 고객을 맞이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나 무인공과금수납기가 제일 먼저 눈에 띈다. 창구 직원들은 많아야 3~4명 정도다. 이런 변화를 보고 소프트웨어가 발전할수록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나아가 소프트웨어를 ‘고용 없는 성장’을 이끄는 주범으로 꼽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 소프트웨어 같은 정보기술(IT)이 노동을 대체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새로운 시장과 서비스를 만들어내 오히려 일자리를 끊임없이 창출하고 있다. 한 예로 휴대폰의 경우 소프트웨어의 발달로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DMB), 모바일뱅킹, 모바일게임, 벨소리 등 다양한 신규 서비스를 만들고 수요를 창출함으로써 웹디자이너ㆍ프로그래머 같이 새로운 일자리를 끊임없이 쏟아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언급되고 있는 홈네트워크, 지능형 로봇 등 각종 서비스와 인프라도 대부분 소프트웨어로 구현되기 때문에 앞으로 엄청난 인력 수요를 유발할 것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소프트웨어가 산업 그 자체로도 고용창출 효과가 큰 분야라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산업은 매출 1,000억원당 640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내는 반면 제조업은 90명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프트웨어는 제조업의 5배 이상의 고용 효과를 내는 산업이라는 얘기다. 20대의 90%가 백수라는 이구백, 10대들도 장차 백수를 걱정한다는 십장생 등의 유행어가 말해주듯 고질적인 청년 실업난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우리 경제에 소프트웨어는 일자리를 빼앗는 도둑이 아니라 끝없이 고용을 만들어내는 보고(寶庫)인 셈이다. 소프트웨어의 발전이 ‘고용 없는 성장’을 넘어 ‘고용을 죽이는 성장’을 가속화한다고 오해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먹거리를 고민하고 있는 기업이나 매년 60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정부 모두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소프트웨어 산업에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나라 경제의 과제인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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