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결정 이후 부동산시장 전망은 시계 제로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투자재료 소멸로 충청권 부동산시장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는 상태지만 이것이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이 사실상 백지화됨으로써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도 상반된 의견을 보이고 있다.
◇충청권 전망 시기별로 엇갈려=
이번 헌재의 결정으로 충청권 부동산시장이 단기적 쇼크를 받을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한다.
그러나 충청권 민심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행정수도만큼은 아니더라도 기업도시 유치 등 개발계획이 잇따르면서 중장기적으로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일부에서는 단기적으로도 개별 지역간 호재 여부에 따라 시장 상황이 차별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충청권 가운데서도 행정수도 이전 호재와 별개로 고속철도 개통, LCD공장 등 산업입지 건설 등의 호재를 지닌 천안 및 아산 등은 헌재 결정의 여파가 크지 않을 공산이 높다는 것.
대한주택공사 산하 주택도시연구원의 김용순 박사는 “공공기관 이전과 기업도시 건설 등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지방분권화 작업이 가시화되면 충청권 부동산시장은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충청권 중개업계는 이번 결정이 부동산시장에 단기 악재로 작용하겠지만 거래를 막는 규제들이 합리적으로 완화될 경우 시장 정상화를 앞당길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충청권 부동산시장에 대한 낙관론은 건설업체에서도 나오고 있다. 행정수도 위헌결정이 오히려 정부의 강경한 규제를 완화시켜줄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는 것.
J건설의 한 관계자는 “정부나 여당은 물론 야당 역시 현재 공황상태에 빠진 충청권 민심을 잡기 위해 어떤 형태로든 국책사업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부동산시장 기조는 여전할 듯=
전문가들은 이번 헌재의 결정으로 충청권에 몰렸던 뭉칫돈이 수도권 및 기타 지역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지만 현 부동산시장의 대세를 반전시키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의 김성식 박사는 “충청권 부동산시장이 공황상태에 빠질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행정수도 이전과 관계없이 수도권 부동산시장의 약세가 나타나고 있고 가수요가 없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뭉칫돈이 다른 부동산시장으로 몰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당수 지역이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으로 묶여 있고 보유세가 대폭 오른 상태이기 때문에 예전처럼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튀어나오는 ‘풍선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박재룡 박사도 “뭉칫돈이 서울 등 수도권 부동산시장 곳곳을 기웃거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다고 이 같은 현상이 전체 부동산시장의 흐름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선 부동산 중개업소 역시 비슷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화성 동탄 개미공인의 한 관계자는 “충청권을 제외한 지역의 반사이익에 대한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일선에서 느끼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며 “규제가 풀리지 않을 경우 부동산시장 침체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권 회복 여부에 관심=
부동산시장 관계자들은 헌재의 이번 결정이 강남권 부동산시장에 가져올 파급효과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강남권 부동산시장은 앞으로의 시장 상황을 가늠해볼 수 있는 일종의 리트머스 시험지이기 때문이다.
고철 주택산업연구원 원장은 “행정수도 이전을 전제로 했을 경우 수도권은 인구감소로 서울 등의 집값이 2% 정도 하락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있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행정수도 이전 백지화는 충청권에 눌려 빛을 보지 못했던 다른 지역의 부동산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 원장은 그러나 “현 상태로 봐서는 심리적 영향 정도지 부동산 값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모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그 동안 부동산 투기억제 대책을 쏟아낸 정부가 경기회복을 위해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렇지만 공식적인 규제 완화는 추진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강남권이 반사이익을 누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에서는 행정수도 이전이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강남 때리기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행정수도가 이전되면 상대적으로 역(逆)차별을 받게 되는 서울지역의 민심을 고려해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이 있었지만 행정수도 이전이 사실상 물거품이 되면서 다시 규제 기조가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