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기 당분간 어렵다" 이례적 인정

■李부총리 "체감경기 회복 1년 더 걸릴듯"<br>신불자 다시 늘고 카드연체율 상승 반전<br>車·반도체등 주력수출품까지 생산 감소세

‘체감경기 회복은 1년쯤 걸릴 것’이라는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발언은 ‘앞으로 1년 동안은 뚜렷하게 나아질 게 없다’는 얘기다. 단어의 선택과 배열만 다를 뿐이다. 경제관료가 회복시기를 이처럼 멀리 잡는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 6월 초까지만 해도 ‘하반기 경기회복’을 장담했던 이 부총리가 본격적인 회복 체감시기를 내년으로 미룬 것은 그만큼 경기가 좋지 않다는 반증이라고 할 수 있다. 통계도 불투명한 경기를 그대로 말해준다. 통계청이 27일 발표한 ‘7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경기동행지수와 선행지수가 4개월 연속 내리막 곡선으로 미끄러지고 있다. 경기회복이 어렵다는 신호다. 상대적으로 좋게 나타난 생산과 소비ㆍ투자도 실제 내용은 좋지 않다. 생산이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고 하지만 자동차나 반도체 등 주력품목의 생산은 감소세로 돌아섰다. 소비와 투자도 전월에 비해 증가세가 주춤거리고 있다. 지속적인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것은 금융 부문에서도 읽혀진다. 돈을 쓰자는 곳이 없어 화폐유통 속도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금리가 속락하는 것도 경기전망이 어둡기 때문이다. 내수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가계부채와 신용불량자 문제도 나아지는 듯했지만 사정이 다시 나빠지는 분위기다. 개인 신용불량자 수는 두달 연속 감소세를 보이며 개선조짐을 보였지만 지난 7월에는 370만336명으로 전월보다 0.18% 늘어났다. 신용카드 연체율도 5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6개 전업 카드사들의 1개월 이상 연체율은 7월 11%대 초반으로 전월의 10.9%에서 다소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그런데도 생산과 출하가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소비와 설비투자도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7월 생산과 출하가 전년동월 대비 각각 12.8%, 11.8%씩 증가하고 도소매판매는 0.2%, 설비투자도 2.5% 늘어났다. 그러나 속 내용을 살펴보면 전망은 밝은 편이 아니다. 통계상 반등효과와 일부 품목을 제외하면 생산증가도 내세울 만한 것이 못 된다. 자동차 생산은 77.5%나 늘어나며 전체 생산증가에 기여했지만 전년에 노사분규로 인해 생산차질이 컸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제외하면 생산증가율은 8.9%로 떨어진다. 여기에 반도체까지 제외하면 생산증가율은 5%대로 뚝 떨어진다. 문제는 이들 주력품목의 생산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 자동차는 6.4%, 반도체는 3.3%씩 생산이 줄어들었다. 선진국 시장에서의 판매감소와 가격하락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민경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전체 생산이 전월보다 감소한 것은 주력품목의 단가하락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등의 가격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지금과 같은 증가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일부 주력품목의 수출이 경제를 떠받치고 있지만 소비와 투자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파급효과는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동행지수와 선행지수가 4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는 점도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동행지수와 선행지수 등 경기종합지수가 6개월 이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 추세가 반전된 것으로 보는 게 일반적인 분석기법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2개월 더 지수가 하락하면 이미 경기가 본격적인 침체기에 진입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국제유가와 국내 물가, 자금시장 동맥경화 등 국내외 여건을 고려할 때 예기치 않은 대형 호재가 없는 한 경기는 침체의 터널 속을 헤맬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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